
동경국 버무왕의 아들들 중 3명의 팔자가 좋지 않아 단명(短命)한다고 합니다. 마침 지나가던 소사중이 '불공을 드리면 목숨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여, 삼형제를 데려가 불공을 시작했습니다. 3년간 불공을 드린 후, 소사중은 삼형제에게 명주와 비단 등을 주면서 "과양 땅을 조심하라."고 일렀습니다. 길을 가던 삼형제는 과양 땅에 이르러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었다. 마침 인가(人家)가 보였고, 그곳에서 밥을 얻어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집주인 과양생의 아내가 그들이 가진 비단을 보고 욕심이 났고, 삼형제가 술에 취해 잠들자 끓는 참기름을 귀에 부어 죽인 후 연못에 수장시켜 버렸습니다. 이레 후, 과양생의 처가 다시 그 연못에 갔더니 꽃 세 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꽃을 꺾어 보다가 불태웠는데, 거기서 다시 구슬 세 개가 나왔다고 합니다. 과양생의 처는 그 구슬이 너무 예뻐서 입에 넣고 굴리다가 그만 삼켜버리고 말았는데, 그 뒤 임신하여 아들 삼형제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 아들들은 매우 영특하여 셋이 동시에 과거에 합격했고, 고향에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합격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고사(告祀)를 지내던 중 삼형제는 동시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과양생의 처는 너무 억울하여, 마을 김치 원님에게 계속해서 이 억울함을 해결해달라고 송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님은 저승에 사는 염라대왕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불러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임무를 18명의 부인을 데리고 살던 강림에게 맡겼습니다. 강림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잘 자고 있던 자신을 다짜고짜 깨워가지고는, '나랏님 말씀을 무시하다니'라고 하면서 살고 싶으면 염라대왕을 잡아 오라고 억지를 부렸기 때문입니다. 낙담을 하고 있을 때, 강림의 큰부인이 떡을 해 집안의 신들에게 바치며 제발 도와주십사 하고 제사를 지낸 후에 강림을 저승으로 떠나보냈습니다. 강림은 자기 집의 조왕신과 문신의 도움을 받아 저승으로 가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저승으로 들어온 강림은 염라대왕의 행차를 기습해 부하들을 때려눕히고 염라대왕을 잡아 묶었습니다. 얼떨결에 기습을 당한 염라대왕은 정해진 날에 이승에 올라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강림은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약속한 시각이 되자, 염라대왕이 이승에 올라왔습니다. 김치 원님과 사령들은 혼비백산했지만, 염라대왕은 자기가 재판을 해주겠다면서 과양생이 가족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식 죽은 건 억울하면서 남 자식 죽은 것은 억울하지 않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자, 염라대왕은 연못을 마르게 하였고, 오래 전에 과양생의 처에게 죽은 세 왕자의 시신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과양생이 아들들의 무덤을 파보았더니, 그 안에는 허수아비만 있었다고 합니다. 죽은 삼형제가 다시 그 아들로 태어났던 것입니다. 염라대왕은 삼형제를 살려내어 부모에게 돌려보냈고, 과양생이 부부를 처형하여 사건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저승으로 돌아가려던 염라대왕이 원님에게 ‘강림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님이 이를 거절하자 염라대왕은 자기가 강림의 영혼을 갖고 원님이 육신을 갖자고 협상(?)을 했고, 그 둘의 합의 때문에 강림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염라대왕은 강림의 힘과 용기를 높이 사서 그를 차사(差使)로 임명했고, 이후 강림은 인간의 수명을 적은 문서인 적패지와 오라를 들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명(命)이 다된 사람들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님이 이승에 와 여자 70, 남자 80, 정명이 되면 차례로 잡아가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적패지를 들고 이승에 오려면 보통 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몇 번이고 쉬고 와아 했는데, 까마귀가 나타타 자신의 날개에 적패지를 끼워주면 이승에 가서 붙여 놓고 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강님은 고마운 마음으로 적패지를 부탁하고 까마귀는 날아갔습니다. 마침 말 잡는 곳이 있어 말 피나 얻어먹고 가기로 하고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말 말굽을 끊어 던지는 백정에게 놀라 펄쩍 날아오를 때 그만 적패지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적패지를 담구멍에 있던 뱀이 삼켜버린 다음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뱀은 9번 죽어도 10번 되살아나고 죽는 법이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찾아도 적패지를 찾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솔개에게 내 놓으라고 생 때를 썼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까마귀와 솔개는 견원지간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적패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까마귀는 무턱대고 이승에 와서 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순서 없이 사람들이 죽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와, 한평생을 살고 가는 우리들의 정명(定命)은 누가 정해 놓았을까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우리들은 그것을 운명(運命)이라고 여기며 위안하기도 합니다. 죽고 사는 것은 인간의 몫이 아닌 절대자의 몫으로, 우리들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