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치매나 장애를 앓고 있으면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에 부산에서는 5살인 아들이 발달장애 판정을 받자 이를 비관하여 부부가 아들과 함께 번개탄을 피워 동반자살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의 치매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40대 아들이 70대 치매 아버지와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였다.
가족구성원 중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까지 고통을 겪다가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들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2010년에도 서귀포시에서 자폐아들로 인해 고통을 겪던 장애인가정이 자동차로 바닷가에 동반투신하여 자폐아들과 아버지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모든 것을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가족중심문화의 우리나라는 도미노이론처럼 한 사람이 쓰러지면 연달아 다른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전염이 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인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장애인 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과 우울증,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우처제도가 일반화되고 있어 예전보다 치료서비스는 좋아지고 있으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집안에 장애인이 있으면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또는 부모가 뭔가 잘못해서 그런 자녀를 낳았다’는 인과응보의 불교사상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애를 가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주변사람들과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장애는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원인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장애인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경제적인 지원과 더불어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장애로 인해 다른 가족들까지 쓰러지는 도미노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