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말 제주시여성단체협의회와 함께 특수한 자연조건 속에서 발달 된 제주신화를 통하여 당시의 제주의 문화, 사회, 풍습 등을 읽어내고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여성들의 모습을 관계시켜 앞으로의 여성지도자들의 역할 및 활동방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하여 「제주신화 속 여성의 삶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제주도내 본향당(本鄕堂)을 답사하였다.
본향당이란 무속에서 한 마을의 신앙민의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생활을 도맡아 보는 수호신의 거처임과 동시에 제단을 뜻하는 말로써 제주에서는 본향당을 할망당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또한 본향을 뜻하는 할망이란 제주에서는 신(神)의 명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제주의 여성은 부지런하면서도 강인하다. 제주 신화중에서 백주또신화를 보면 이러한 특성을 잘 살펴 볼 수 있다.
송당의 당신(堂神)인 백주또는 제주 어머니들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자립적인 그녀는 부지런하고 다부지다. 남편도 없이 혼자 몸으로 아들 18, 딸 28, 손자 378명을 키울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게 여길 법도 한데 그녀는 자기 집 소 뿐만 아니라 남의 집 소 까지 잡아 먹어버린 남편 소천국에게‘소를 잡아먹는 것은 예사로 있는 일이지만 남의 소를 잡아먹는 것은 소도둑놈으로 살림분산 합시다.’라고 얘기한다. 요즘 말하는 이혼이다.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이유는‘내 몸 하나 부서지노라면 저 아이들 정도야 못 키우랴’는 부지런함과 정직함, 그리고 강인함이다.
어쩌면 이러한 강인함은 자칫 드센 여자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려는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 요즘 우리 시대가 여성의 발전을 위해 요구하는 것들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내고 실행해 왔던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제대로 알고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으로 지나간 과거로부터 미래를 준비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당차고 부지런한 그리고 자신의 삶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가족의 중심이 되었던 제주 여신을 닮은 제주여성들은 행복한 제주를 만드는 주인공이며 제주발전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