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4․3사업소는 4․3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에서 제주민예총 이사장인 박경훈 화백의 <다시 보는 박경훈의 4․3목판화> 특별초청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1998년 4․3 50주년 때 <바람길 혼비 내리고>라는 전시로 선보였던 작품들로 이루어져, 초청전 명칭에 ‘다시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이는 그 전시를 다시 본다는 의미와 함께 4․3해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4․3의 진실을 표현하려 했던 미술사적 되새김질이라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대학시절부터 진보적 미술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87년 제대 후 본격적으로 지역의 문화운동과 4․3운동에 동참하게 되는데,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이 시기의 작품들 중 판화로 제작된 4․3작품들만 가려 뽑은 것들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함께 분출된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운동의 흐름 안에서 제주지역은 모든 사회운동의 의제를 초월하는 지역사회 최대이슈가 바로 4․3의 해결이었다. 그만큼 40여 년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던 제주도민사회에서 4․3문제의 해결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당시 제주지역의 사회운동은 특수한 역사적 경험인 4․3을 어떻게 보느냐가 매 중요한 고리로 작용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미술계에서도 4․3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막 시작되고 있었는데, 박경훈 화백을 최초의 작가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즉, 4․3을 주제, 소재로 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화폭에 드러나기 이전의 상황에서 4․3을 정면에서 다룬 화면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은 그의 목판화들을 통해서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4․3은 여전히 금기로 여겨졌고, 그의 작품 속에서 다루어진 4․3의 테마들은 4․3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파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제주섬을 어머니, 토민 등으로 상징화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4․3 당시 거적때기에 싸인 자식의 죽음을 놓고 ‘통곡하는 여인’이나, ‘아들의 총’, ‘한라산이여!’ 등은 그 당시의 장면을 정면으로 형상화했다. 흑백 목판화의 속성상 강력한 흑백의 대비가 주는 강렬함과 간결함, 청년 작가의 힘찬 칼질의 맛이 온전히 살아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들어 설치작품과 CG그래픽 작품들을 주로 발표하는 박경훈 화백의 창작활동에 비해, 청년작가의 힘과 강렬한 목판화 특유의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