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도록은 올해 개교 6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주 서화의 맥’ 특별전을 계기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주의 서화 63점을 선별해 수록했다.
제주의 옛 그림과 글씨 속에는 제주 사람들의 질박한 삶과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내면을 다스리고 그 예지(禮智)의 담박함을 보여주는 서예, 생활의 활력을 보여주는 민화, 기복과 염원을 담은 종교화,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담아낸 산수화가 그 것이다.
도록의 구성은 문학, 윤리, 종교, 인생관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제주문사(文士)·화인들의 작품과 제주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국내 명사들의 서화를 일부 포함했다.
우선 문학 주제에서는 ‘가슴 속에 책 만 권이 들어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 그림이 되고 글씨가 된다’는 추사 김정희의 잠언처럼, 한 획의 글씨를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연농 홍종시, 심재 김석익, 죽암 고순흠, 해주 원용식, 수암 강용범, 청탄 김광추, 소암 현중화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윤리, 종교, 인생관의 주제에서는 척박한 제주의 생활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며, 부귀와 공명(功名), 수복을 기원하고 충효와 인의의 마음을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놓은 산수도·문자도·화조도·사군자·효제문자도와 무신도·산신도·탱화 등의 종교화 및 민중들의 생활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소박한 민화를 수록했다.
특히 산수도에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주십경도’를, 문자도에는 성리학의 도덕과 윤리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육지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미감을 표현한 ‘효제문자도’를 실었다.
종교화에는 불화, 무속화, 제주의 옛 그림을 대표하는 ‘내왓당무신도’ 등을 수록하여 제주 예술의 독특함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도록은 제주대박물관에서 발간하는 여덟 번째 소장유물 도록이다. 제주대박물관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나 상설전시나 특별전시를 통해 쉽게 볼 수 없었던 소중한 문화유산을 선별해 전통문화의 전승과 소장품의 예술적․․ 학술적 가치를 고양하고자 매년 박물관 소장유물 도록을 펴내고 있다.
제주대박물관은 이번에 발간된 도록이 제주의 옛 글씨와 그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제주의 예술 및 문화사 발전에 보탬이 되는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