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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29)논두렁에 서서
[양대영 칼럼](29)논두렁에 서서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3.11.24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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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에 서서

-이 성 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논고랑에 괸 물에서 자연을 본다. 주변의 모든 것이 거울 속에 비치는 양, 그 속에 담긴다. 한가한 농촌의 시정을 논고랑에 모았다. 꾸부정한 나뭇가지, 날아가는 새, 누워 있는 산이 다가온다. 그것도 선명하게 거꾸로 다가온다.
화자는 논고랑물에서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노래했다지만, 아무래도 거꾸로 다가오는 허상에서 시의 묘미가 더한다. 요즘의 농촌은 어떨까. 거꾸로일까, 바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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