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한 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모(28·여)씨는 무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잔으로 달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 속에서 '사상 최악의 전력수급 위기'까지 더해져 28도로 고정된 실내온도 때문에 사무실은 오전 11시만 넘어도 후끈 달아오르기 일쑤인 탓이다.
이씨는 점심식사 뒤 후식으로 한잔, 사무실 온도가 가장 달아오르는 오후 3~4시께 한잔 등 하루에 평균 2~3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씨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절로 나는 사무실에서 아이스 커피 한잔은 사막 속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라며 "요즘 같은 날씨에 아이스 커피가 없으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씨는 "최근 치솟는 물가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커피값까지 오르고 있어 시름이 더해지고 있다"며 "최근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만큼 하루에 커피 한잔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전문점의 '이상 가격'에 직장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한잔 가격이 4000원, 그외 커피는 6000원 가까이 받는 곳이 많다. 여름철 인기 품목인 팥빙수는 9000원이 넘는다.
제품 자체의 품질과 원가보다는 건물임대료나 브랜드로열티 등의 거품이 끼어있는 커피전문점의 가격 책정에 소비자들은 헛웃음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은 각각 이디야커피 2500원, 탐앤탐스 3600원, 카페베네 3800원, 스타벅스와 할리스, 엔젤리너스 3900원 등이다.
이같은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가 지난해 5월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을 올린데 이어 줄줄이 인상된 수치다. 이들 커피전문점은 커피원두의 수입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아이스 커피와 더불어 팥빙수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주요 커피전문점의 팥빙수 가격은 평균 9000원 대로 밥 값보다 비싸다는 지적이다.
카페베네의 경우 팥빙수 8900원, 녹차타워빙수와 딸기빙수, 커피빙수, 요거베리빙수, 쿠키앤크림빙수가 각 9800원 등 8가지 팥빙수 평균 가격이 9938원이다.
엔젤리너스는 팥빙수 8900원을 비롯 녹차빙수와 베리빙수가 각 9600원, 더치커피빙수가 9800원 등 4가지 팥빙수가 평균 9475원이다.
커피 가격의 상승 탓인지 커피값 지출이 5년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금융투자업계와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인 이상의 가구 당 커피와 차 관련 지출액은 85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분기의 8624원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구 당 커피와 차 관련 지출액이 매분기 전년 동기 기준 평균 10.5%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반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높은 이유가 건물 임대료와 브랜드 로열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커피아카데미 '에어스(Ayers)'의 김상기 대표는 "커피 가격은 일반적으로 ㎏ 당 3000원부터 2만~3만원까지 하는 생두 가격으로 결정된다"면서도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은 사실 건물 임대료와 브랜드 로열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소비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커피전문점은 소비자 별 판매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