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불교계 지도자들과 오찬을 갖고 "불교에서는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생각 외에는 전부 번뇌로 규정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며 "저도 그것을 본으로 삼아 국민행복을 위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 외에는 모두 번뇌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먼저 "오늘 한국 불교를 이끌어가고 계신 대덕(大德) 스님 여러분을 모시고 좋은 말씀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난 4월에 '한반도 평화와 국민 행복을 위한 기원대법회'를 열어주시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좋은 말씀을 나눠주셔서 어려운 때에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계속된 폭우와 폭염으로 국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신 곳에서도 폭우와 폭염으로 어려움이 많으시리라 생각한다"면서 "항상 나라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 정치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부처님 마음을 회복해서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의 길에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항상 그래왔듯이 우리 불교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길에 큰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대덕 스님 여러분께서 우리 정치와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밝게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의 가르침을 많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사교육과 관련한 참석자들의 언급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사는 반드시 가르쳐야 되고 또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학계에서 인정하는 것을 가르쳐야지 편파적으로 가르치면 배우는 학생들한테 해를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성교육과 관련해서는 "입시위주, 경쟁위주로 살다보니 인성이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인성을 키우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협동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대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을 마음으로 익히지 않으면 융합시대에 사회에 기여하거나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교육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역사적, 군사적으로 대국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문화적으로 뛰어난 DNA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홍익인간의 이념도 다른 데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느냐"면서도 예절, 자연 등을 들어 "현대에 들어와서 많이 손상을 입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도층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고 정치에서 항상 올바르게(해서), 우리나라가 다시 아름다운 전통을 되찾고 더욱 발전해나가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은 이날 초청에 사의를 표하면서 "궁극적으로 불교계가 추구하는 것이 현 정부가 원하는 국민행복과 다르지 않기에 불교계는 현 정부의 국민중심적인 비전을 적극 지지하고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식과 이성, 그리고 합리가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현 정부의 진정성과 일관된 정책은 점차 국민에게 믿음과 안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키우는 것이 곧 지혜를 이루는 것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실천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오찬 뒤 자승스님은 박 대통령에게 용주사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범종 모형을 선물로 전달하고 "드리는 목적은 종소리를 들으면서 번뇌를 소멸하고 새로운 밝은 지혜를 얻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인공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도정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회정 대한불교진각종 통리원장 등 불교계 주요종단 총무원장과 총무부장, 성문 동화사 주지를 포함한 조계종 19개 교구본사 주지 등 28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불교신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허태열 비서실장,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류정아 관광진흥비서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불교계 지도자를 초청해 국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마음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