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18일 이재현 회장과 신동기 부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다른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CJ 그룹을 둘러싼 '3대 비리'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관여한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 4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무혐의로 결론냈다.
검찰의 CJ그룹에 대한 비리 수사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에 CJ그룹 회장 비서실 재무2팀장 이모(44)씨의 살인 청부 의혹 사건을 수사지휘하면서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뭉칫돈을 처음 발견했다.
이씨로부터 압수한 USB에서 이 회장의 차명 재산 내역 등이 보관됐고, 재판 과정에서 이씨도 자신이 최소 수천억원의 차명자산을 관리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자금추적에 실패하면서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5년 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57일간의 수사기간동안 CJ그룹 및 계열사와 이 회장의 장충동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전현직 임직원뿐만 아니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 이 회장의 주변 인물들도 직접 소환 조사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이 임직원과 공모해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관리해오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1532억원의 횡령·배임한 사실을 밝혀 냈다.
세간의 관심을 모은 국내외 비자금 규모는 6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 수사에서 적잖은 성과도 거뒀다.
다만 수사 초반 탈세에서 시작해 횡령, 배임 등으로 확대되며 한껏 속도를 냈지만 중반을 넘기면서 해외사법공조 지연과 관련자 신병 확보 등에 애를 먹으면서 수사의 매듭은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겼다.
◇부당지원 의혹→ "과다한 수준 아냐"
CJ그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이 회장뿐 아니라 CJ그룹 오너 일가에 대해서도 향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 회장의 두 남매는 사법처리를 피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자신이 소유했던 CJ아메리카의 부실 계열사가 자금난을 겪자 동생(이 회장)의 도움으로 CJ㈜에 강제로 떠넘겨 60억원대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이 짙었다. 이 부회장의 높은 임금도 논란거리였다.
CJ CGV와 밀접한 관계인 광고대행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재환 대표도 CJ CGV의 스크린 광고와 제일제당·E&M·푸드빌·올리브영 등의 광고 대행을 맡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이 회장의 지시로 CJ㈜ 인도네시아 법인(PT CJ인도네시아)의 판매영업조직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의혹도 일었다.
이처럼 이 회장이 누나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환 CJ계열사 대표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안겨준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에 필요한 관련 단서를 발견하지 못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계열사에서 급여를 많이 받은 부분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서 미국이나 중국의 여러 사업이나 경영에 관여하면서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것을 불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국세청에서도 2011년 세무조사를 했는데 과다하게 지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종결했다"며 "검찰도 들여다 봤는데 기소할 만한 혐의점은 발견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관계 로비→"구체적 단서 없어"
이 회장이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검찰의 수사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이미 2009년 당시에도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3차례나 소환될 만큼 검찰이 주시하는 인물이었다.
당시 대검은 이 회장의 부탁으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같은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관련 수사를 중단하면서 이 회장의 혐의는 '없음'으로 급하게 종결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거래가)많이 이뤄졌고 수사 초점은 해외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기업의 비정상적인 자금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고 본체는 기업비리 수사"라며 "로비의 단서나 구체적 증거가 나오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정관계 로비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는 확인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세무조사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지만 수사의 줄기는 세무당국으로 뻗지 않았다.
국세청이 당시 CJ그룹 오너 일가의 차명재산을 확인하고 세금 1700억원만 추징했을 뿐 검찰에 별도로 고발조치를 하지 않자, 이 회장이 고려대 출신 인맥을 동원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으로서는 차명계좌 내역을 추적해도 돈이 현금이거나 10년, 15년 전 일이라면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강제수사를 못하잖나"며 국세청의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편법 상속 증여→"불법성 없다"
이 회장의 젋은 자녀들이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백억대 자산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법 증여의혹이 일자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했지만 사법처리 대상에선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IMF 시절 국가경제 비상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채권을 사고 상속하는 건 출처를 조사하지 않고 세금을 면제해주는 소위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는 비실명 채권이 발행됐다"며 "이걸로 증여하거나 상속한 재산과 관련해 모두 확인했지만 불법성이나 범죄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 회장의 국외재산도피 의혹이나 계열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