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대표까지도 감사원 문제 제기
감사원은 15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서 4대강 감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정치감사'라는 비판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향후 사태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가 비판하는 정치적 의도는 다르지만 4대강 감사의 주체였던 감사원이 감사 결과로 인해 오히려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이는 감사원이 MB 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실시한 세 차례의 4대강 감사에서 모두 다른 결과를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이 4대강과 관련해 진행한 감사내용은 MB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1월27일 발표한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비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천시설물 규모 및 치수안정성, 입찰공고 등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점과 5000여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전반적으로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게 1차 감사의 요지였다.
당시에도 감사원은 2010년 1~2월 실지감사를 실시하고도 1년만에 그 결과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4대강 사업을 독려하기 위한 감사", "정부의 치적 홍보에 여념이 없는 감사원" 등의 비판을 들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기인 올해 1월17일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부실한 설계지침에 따른 균열 등 보(洑)의 안정성 문제와 수질악화 우려 등을 지적했다. 감사원이 직접 사용한 표현은 아니었만 4대강 공사가 '총체적 부실'임을 나타내는 결과였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차 감사발표에서는 공사비 5119억원을 낭비했다는 부분만 지적하고 사업타당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번 감사에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며 감사원이 정권 눈치 보기 감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3번째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건설사 담합을 방조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친이계는 물론 당 대표까지 나서서 감사원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혁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3차 감사의 목적이 건설사들의 4대강 공사 담합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했느냐를 짚어보기 위함이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감사원이 사업의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모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감사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3번 감사를 하면서 다르게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권한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도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성 감사를 해서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을 속였다"고 말했고 친이계 출신인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갑작스럽게 말 한마디도 없이 엉뚱한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이 신뢰성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정치적 의도는 없다"
양건 감사원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양 원장은 2011년 3월 취임해 2년 가까이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다가 박근혜정부에서 유임된 상태다.
총체적 부실이란 결과가 나온 4대강 2차 감사결과로 감사원의 '입장바꾸기' 논란이 일었던 당시부터 정치권에서는 "양 원장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과도하게 충성 행보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유임을 통보받은 양 원장이 올해 감사역량을 ▲재정확충 ▲복지 실효성 제고 ▲생활안전 ▲부패척결 등에 결집키로 한 것을 두고도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철저히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춰 감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독립성 논란과 관련해 "세 차례의 4대강 감사는 사업진행 상황과 감사대상 및 중점사항 등이 전혀 다른 감사로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억울해 하는 표정이다.
1차 감사의 경우 4대강 사업의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예방적 감사였고 2차 감사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향후 시설물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3차 감사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건설사 담합에 대한 감사촉구가 있었고 올해 2월에는 4대강 총인처리시설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국회의 감사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실시된 것으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감사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특히 감사원은 4대강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결과를 내놓은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처리 적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이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됐다는 국토부 내부 문건을 확보하게 돼 감사보고서에 포함한 것"이라며 "우리가 그것을 봤는데 덮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해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권의 눈치를 본다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외부의 오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주어진 권한에 따라서 우리의 임무를 다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