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출구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천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7일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한국의 방어벽은 높은 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로 국제 투자자금의 흐름이 불안해지고 있으나 국내금융시장의 혼란은 과거보다 줄어든 모습"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출구전략 계획표를 제시한 뒤 주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지표는 출렁거렸다. 그러나 미국의 출구전략이 경기호전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데다 외부 충격에 대한 국내금융시장의 내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은 이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냉키 쇼크에 대한 국내금융시장의 변화 양상은 신흥국 국가권에서는 중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월22일부터 6월24일까지의 코스피 하락율은 9.2%로 미국 다우지수 하락폭(-5.8%)이나 MSCI 세계지수 하락폭(8.8%)보다는 높았지만 MSCI 신흥국지수의 하락폭(15.7%)과 비교하면 6%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주가 하락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같은 기간동안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기준으로 금리는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신흥국의 중앙값(median)인 1.2%포인트보다는 낮지만 선진국 중앙값(0.6%포인트)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원화가치 하락폭도 4.3%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폭의 중앙값(4.8%)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버냉키 쇼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몰고 온 파장을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나 유럽재정위기 때와 비교해 보면 신흥국 국가권에서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경기 호전을 반영해 추진되는 것인 만큼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불안은 물론 실물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꾸준히 개선된 것도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단기간에 한국 시장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 단기외채는 올 3월말 현재 1,222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9월말(1,896억 달러)에 비해 35% 이상 줄어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중에는 출구전략의 시기 및 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가계부채나 기업부실 등 재무 건전성 지표 악화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