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억원 위조수표 인출 사기사건에 전직 경찰관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들 중 핵심인물이 1년 전 동일수법으로 수십 억원을 챙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8월 서울에서 표지어음을 위조해 47억원을 챙겨 달아난 나경술(51)씨가 이 사건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28일 공개수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5일 검거한 주범급 일당 주모(62)씨를 통해 나씨가 이번 범행에도 가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나씨는 지난해 8월 표지어음을 위조해 이를 담보로 서울 한 은행에서 47억여 원을 대출받은 혐의(유가증권위조 등)로 경찰 추적을 받아왔다. 같은해 11월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당시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은행 지점장과 전 직원 등 3명을 구속했을 뿐 범행을 주도한 나씨와 위조기술자 등은 검거하지 못했다.
나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오후 1~6시 서울 명동 A호텔 커피숍에서 이번 범행으로 공개수배된 김규범(47)·김영남(47) 등과 만나 범행을 모의한 모습이 CCTV에 찍혔다. A호텔은 이번 범행을 저지른 일당의 거점으로 활용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또 27일 범행 기획단계부터 사건에 개입한 금융브로커 장모(59)씨를 추가로 긴급체포해 수사 중이다.
장씨는 범행 전날인 11일 밤 평소 알고 지낸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 은행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누군가(최영길) 100억원을 예치하러 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앞서 검거된 주씨로부터 나씨를 소개받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장씨가 범행 이전에 공개수배된 두 김씨 이외에 나씨와도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의 가장 '윗선'을 나씨로 보고 있다. 공개수배한 최영길(60)씨는 최소 나씨와 동일선상에서 범행을 계획하고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김씨를 비롯해 나머지 현금 인출책들과 환전책들은 이들 지시에 따라 맡겨진 일만 처리하고 대가를 받는 식으로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수사결과 100억원 가운데 김규범 5억원, 김영남 1억원, 주씨 2억원, 인출책(3명)과 환전책(4명)이 2억원을 각자의 몫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나머지 90억원을 나씨와 최씨 등이 나눠가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특히 100억원짜리 진짜 수표의 주인 대부업자 박모(45)씨가 범인들에게 수표를 빌려주거나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번 사건에 은행 직원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수법은 2011년 서울에서 발생한 20억원짜리 위조수표 인출사건과 동일하지만 당시 사건과 이 사건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해 어음위조사건을 주도한 나경술이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범행 전모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직 경찰로 밝혀진 최영길씨는 1982년 경위 특채로 경찰에 입문, 1990년까지 근무하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일명 백골단)에서 금품수수 사실이 적발돼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당시 동창생에게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국유지 18만여㎡를 불하받게 해주겠다며 3100여 만원을 받아 해임됐다고 경찰은 밝혔다.【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