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13년 만에 법정에 선 4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영한)는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42·회사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2000년 4월9일 오후 8시께 경남 의령군 한 길가에서 집에 가던 박모(당시 21세·여)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근처 박씨 집까지 뒤따라갔다.
박씨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어 범행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이씨는 8시간 가까이 주변을 배회하다 다음날 오전 3시50분께 다시 박씨 집을 찾았다.
마침 박씨가 마당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본 이씨는 화장실로 따라들어가 흉기로 위협한 뒤 박씨를 성폭행했다.
이후 이씨는 박씨를 위협해 방안에 있던 현금 8만원이 든 핸드백을 들고 나오게 한 뒤 이를 훔쳐 달아났다.
이같은 범행은 최근 검찰이 미제사건에서 채취한 DNA와 전과자들의 DNA를 대조하면서 밝혀졌다. 이씨는 과거 성범죄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검찰은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13년이 지난 만큼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는 특수강도죄(10년)와 특수강간죄(13년)가 아닌 특수강도강간(15년)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가 강간에 나아간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라며 "피고인의 경우 강간 뒤 재물을 강취한 것이어서 특수강도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뒤따라간 뒤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성욕이 생겨 강간했고 돈을 빼앗았다"며 "이 경우 특수강간죄와 특수강도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특수강도강간죄로는 처벌할 수 없는 만큼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최초 범행 목적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경우"라며 "강간을 저지르고 돈을 빼앗을 마음이 생겨 강도범행을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