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가명)씨는 수년째 편의점에 발목이 잡혀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적자를 보고있는 신세다. '창업자금 5000만원만 있으면 된다'던 가맹본부 직원의 말을 믿은게 화근이었다. 그 직원은 최저수입 월 500만원, 일매출 150만원을 보장해준다며 김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큰 돈 없이도 창업할 수 있고, 최저 수입도 보장해준다고 하니 어느 누가 편의점을 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무슨 근거서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얘기하는데 당연히 그런 줄로만 믿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김씨 가게와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하나둘 들어차기 시작했고, 매출은 오를 기미가 없었다.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는데 가맹본부가 손해볼 게 뭐가 있겠어요. 오히려 본부가 점포 확장에 열을 올리니 편의점 간 경쟁만 점점 더 치열해지는 거죠."
쉽게 문을 닫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지위약금, 인테리어비 등으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고 판매 재고물량의 반품처리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들어올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새우잡이 배' 신세가 됐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슈퍼 갑(甲) 본사 때문에 눈물 흘리는 편의점주들이 늘고 있다.

계약해지를 희망하는 업주도 60.7%나 됐다. 이유로는 '수익이 없어서(64.8%)' '24시간 영업이 힘들어서(57.0%)' '인근 편의점 출점으로 매출 하락(36.7%)' '가맹본부의 부당 및 불공정 행위 등(33.6%)'을 꼽았다.
최근 1년 간 적자를 보고 있는 업주도 32.7%나 됐다. '24시간 영업에 따른 인건비 등 과다(62.2%)'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편의점 간 경쟁상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7%가 '과잉 경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는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금지'가 4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31.6%)' '과도한 해지위약금 금지(28.1%)' 순이었다.
편의점주 박보배(가명)씨도 본사의 패널티 제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일일 판매대금을 다음날까지 본부에 입금해야 하는데, 하루라도 늦으면 패널티를 물게 돼 있다는 것.
박씨는 "1일 늦으면 1만원, 2일은 2만원, 3일 4만원, 4일 8만원, 5일 16만원, 6일 32만원 등의 방식으로 패널티를 부과한다"며 "무슨 고리대금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지난 대선시 논의됐던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소상공인 겪고 있는 '갑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