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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14)끈 타령
[양대영 칼럼](14)끈 타령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3.05.23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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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타령

-전다형-

끈 놀이에 빠졌다 탯줄을 끊는 순간 맨 처음 해본 놀이다 새끼 끈 노끈 지끈 고무줄 두레박 허리끈 치마끈 가방끈 끈이란 끈 다 끊어봤던 끈이 달려왔다.

내 배꼽에 매달린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평생을 끈에 매달려 살았다 이 세상 사람들 어머니 치마끈 풀면서 태어났고 아버지 허리끈 풀면서 아내 치마끈 벗어날 수 없었다

목숨 줄 놓는 날이 끈 놓는 날이다 끈 숭배자들이 나날이 태어났다 끈의 자식들이 줄줄이 끈에 매달렸다 날로 끈이 번창했다 끈끈한 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매고 끊고 잇고 끈에 목매달고 끈덕지게 살았다 질기고 튼튼한 노끈에 줄줄이 허리춤에 꿰찼다 세세만만 년 줄줄이 끈을 살렸다 학연 인연 줄줄이 살아났다 아침저녁 넥타이로 일생을 묶는 끈 놀이 끈 타령
배꼽이 맨 먼저 부른 노래다

 
시인은 태어나서 탯줄을 자르면서 비로소 세상 삶이 시작되고, 이때부터 평생을 끈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어머니 치마끈 풀면서 태어나고, 아버지는 허리끈 풀면서 아내 치마끈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끈의 자식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와서 끈이 번창하고, 목숨 줄 놓는 날까지 끈을 잡고 살아간다한다. 사람들은 끈을 매고, 끊었다가 잇고, 목도 매달고 하면서 그치지 않고 줄줄이 끈을 살려내고, 학연이란 끈과 인연이란 끈을 만들어낸다. 아침 저녁에도 넥타이를 매며, 일생을 끈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인생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회를 만들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끈을 맺고 끊고 넓히고 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살아있는 동안 늘 끈을 유지하다가 죽는 날이면 끈을 놓게 된다. 우리사회의 경우, 유독 끈이 중요하다. 가방끈은 무조건 길어야 하고, 돈줄도 좋아야 한다. 목숨 줄을 놓은 이후에도 끈의 효력이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게 마련이어서 좀처럼 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끈을 만들어 이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때론 한 없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론 처량하기 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악의 끈을 만들 것인지, 선의 끈을 만들 것인지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허지만 끈이 나쁜 것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오늘 하루 좋은 끈을 꼬기를 기대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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