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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13)낙화
[양대영 칼럼](13)낙화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3.05.1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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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화
 

-이 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자연의 4계에서 봄은 무척 화려하다. 겨우내 움추렸다가 파릇파릇한 새싹과 함께, 또는 새싹에 앞서 온갖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려 혼란스레 만든다. 그리고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에 뭍혀져 새 생명을 잉태하자마자 이내 떨어지고 만다. 그 잉태한 씨앗은 한여름의 열기로 성숙해져 가을이면 무르익는다.
지지 않는 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꽃이 화려한 자태로 일년내내 계속 피어만 있다면 자연이 어떻게 될까? 인간 또한 청춘으로만 영영 살아간다면 그 모습은 어떤 사회가 될까. 실로 끔직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봄철 화려하게 피었다가 떨어지는 낙화 또한, 무성한 녹음과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떨어지는 것이라며 ‘꽃답게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시인은 무성한 녹음과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꽃답게 죽자며 헤롱헤롱 ‘헤어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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