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과정 내내 김 대표는 대세론에 관한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수시로 "대세론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위기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긴장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러다가 의외의 결과가 나온 예가 정치권에서 많지 않냐"며 짐짓 우려를 드러냈다.
김 대표의 반복된 대세론 부인 발언은 자신이 대세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어넣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낳았다.
아울러 김한길 대세론은 경쟁자인 강기정·이용섭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함몰되면서 결과적으로 정치공학 논란에 휘말리도록 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이끌어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강기정·이용섭 의원은 전당대회일이 임박한 상태에서 급하게 단일화 방식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껏 마련한 대의원 초청 배심원 토론회 방식이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선거규정 위반 판정을 받았고 결국 강기정 의원이 자진사퇴했다. 성공적인 단일화라는 목표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하기 위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이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체제를 재확인시키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에게 서로 흠집을 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경선과정에서 김한길 대세론이 김 대표의 승리에 기여한 부분도 감안해야 하지만 오히려 더 주목해야할 부분은 대세론이 형성된 과정이다.
김한길 대세론이 형성된 것은 지난해 총선·대선을 이끌었던 친노 범주류 세력의 2선 퇴진론에 상당수 대의원과 당원들이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의원이 지난해 6·9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해찬 전 대표에게 앞섰다가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 밀려 역전을 허용했다는 점은 김한길 동정론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결국 한명숙·문성근·이해찬·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친노 지휘부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내리 패배하면서 당원들에게 안긴 실망감이 김한길 대세론을 잉태시킨 셈이다.
이처럼 선거지형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던 탓에 김 대표는 강기정·이용섭 의원의 거센 도전을 뿌리칠 수 있었다.
실제로 두 의원은 김 대표를 상대로 과거 탈당 전력과 지난해 대선 당시 최고위원직 사퇴 논란을 집중 제기하며 '분열적 리더십'을 부각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대의원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강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식 백의종군 자진사퇴를 재연하며 감동코드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의도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의원 역시 경선 막판 ▲당대표 당선 시 차기 총선 불출마선언 ▲안철수 의원에게 자신의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양보 제의 ▲김한길 캠프 불법선거운동 의혹 제기 등 카드를 잇따라 내놨지만 김한길 대세론을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대표의 승리는 안팎의 이같은 요인들이 어우러지면서 이뤄진 결과라 할 수 있다.【고양=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