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면 아리다
-한희정-
별안간 우리 마을에 총소리가 들렸다네,
맨발로 뛰쳐나온 알녘집 삼촌
옷섶에 핏방울 같은
동백꽃이
졌다네.
“낭도 총을 맞안, 옆갈니에 총알 맞안.”
단발머리 속적삼 깊이
흉터 다시
살아나,
한 땀이 서툰 바느질에 손 찔린 실밥처럼
까닭 없이 죄도 없이 총을 맞은 나무처럼
뭉툭한 흉터 하나가
사월이면
아리다.

산남 산북 할 것 없이 4.3당시 인명 피해가 컸다. 중산간 소개령을 내려 주민을 피신시키고 주택을 불사르는 일이 벌어졌다. 비공식적이지만 제주도 인구의 1/3이 화를 당했다고 하는 학자도 있다. 한희정 시인은 서귀포가 고향이다. 시집 『굿모닝 강아지풀』에서 뽑았다. 그는 그래서 4월이면 아리다고 했다. 4.3때 무차별 총격으로 아무 죄없는 나무가 옆구리에 총을 맞은 것처럼, 그렇게 아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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