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문덕수-
이삿짐을 뒤따라 문을 나서니
이웃집 강아지, 꼬리 살래살래 저으며 다가와
몇 번을 맴돌다가
내 발등에 나부시 드러누워 버린다
자기의 전체를 내맡기듯이
출애굽도 베를린 장벽을 넘는 것도 아니지만
한동안 멀거니 서 있으려니 어이없어
쪼그리고 그의 목덜미를 쓰다듬어도 길을 터주지 않네
늦사리로 눈치 채고
뒤쪽 내 구석방 창가로 돌아가
전날 내 입원실 창 앞에서
아픔과 절망을 지켜보다가 퇴원 때 따라와
내내 집안의 봄날을 밝히던 목련나무께로 가서
가지 끝 휘어잡고 밑둥에 대고 몇마디 건넷것다
이러히 세상 어디든 훌훌 쉬 떠날 수 없음은
숱한 인연의 그물매듭 얽혔기 때문
제 긴 꼬리 좇아 빙글빙글 도는
조르즈상드1)의 개야! <전문>

인연의 끈질김이 어디 인간에게만 한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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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르즈상드: 쇼팽의 피아노곡에 애인인 조르즈 상드의 개가 꼬리를 좇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을 그린 ‘강아지 왈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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