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부패 의혹들을 검증하느라 정작 중요한 정책·역량 평가가 어려웠던 그간의 인사청문회와는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검찰개혁, 공약대로"…한 목소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채 후보자가 검찰개혁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중앙수사부 폐지와 상설특검 도입 등 대선 당시 공약 사항이었던 검찰 개혁과제들이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채 후보자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도입에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그동안 검찰 개혁에 대해 수많은 요구가 있었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엄청난 권력과 권한을 남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국가 청렴위 구성, 부패방지 위원회 구성, 중수부 폐지 등은 이 시대의 대체적인 요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도 "대검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여야 모두의 공약"이라며 "채 후보자는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 도입, 감찰의 강화 등에 대해 일정정도 부정적이라고 답변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채동욱 "국회 뜻 존중"…중수부 폐지 찬성, 상설 특검 "파악 안돼"
채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반대한 적이 없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패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 보완책이 신속하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설 특검 도입과 관련해서는 "상설특검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설계도 안나온 것 같다. 정확한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수사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법리적 문제도 없어야 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떤 특검이든 수사권 충돌과 갈등이 있으면 안된다. 검찰 총장에 취임하면 갈등이 없도록 조화롭게 이끌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채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새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며 내부 감찰 강화 등 다양한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감찰기구를 확대 개편하고, 거기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식이라는 비난이 있기에 외부인사를 대폭 영입, 외부 수사관들이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사 임용 과정에서의 청렴성, 도덕성 심사 강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검사 적격 심사 기간도 단축시켜 부적격자로 판단될 시에 가차 없이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채 후보자는 또 "검사나 수사관이 비리, 불법이익을 취득할 경우, 이를 박탈하는 징계부과금 제도도 적극 도입하겠다"며 "변호사 개업 제한과 관련해서는 법무부와 협의해서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 비리나 추문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대국민 사과' 검토 시사
채 후보자는 검찰 신뢰 회복을 위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권위주의 시절, 검찰의 잘못된 기소와 처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총장 취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 지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당연히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PD수첩, KBS 정연주 사장 기소 등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사건 자체에 대해 평가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그 사건으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고 비난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체만으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말했다.
'부실수사'라는 지적을 받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는 "취임 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만약 새로운 증거가 나와서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안인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취임 후 철저히 챙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훈훈한' 청문회 이례적…"칭찬회 같아 어색"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질의가 나오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채 후보자에게 도덕적 하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문회라기보다는 칭찬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보좌진들에게 (채 후보자를) 한 번 봐주지 말고 파보라고 했더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하더라"라며 웃음을 보였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채 후보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도덕성을 갖고 있다"며 "인사청문회가 아니고 칭찬회 같아서 어색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도 "오늘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의 업무 능력을 위주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채 후보자는 대체로 그동안 자기 관리를 충분히 잘 해왔다"고 호평했다.
정 의원은 "재산신고 사항을 보니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답지 않게 부인의 재산이 거의 없다"며 청문회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들에게 "뒤에 후배들도 많이 계시는데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청문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채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