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4강 및 유엔본부 대사 선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핵심측근인 권영세 전 의원을 주중대사로 발탁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대 중국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본 대사에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을 내정한 것 역시 대일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영세 전 의원 발탁은 대중외교 강화 포석
대신 동맹국인 미국과 유엔본부, 그리고 러시아 대사에는 각각 전문 외교관 인사를 새롭게 발탁하거나 유임함으로써 기존의 긴밀한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보다 세밀한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이번 내정자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권영세 주중대사 내정자는 검찰 출신으로 내리 3선 의원을 지낸 '친박근혜(친박)계' 정치인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핵심인 종합상황실장을 맡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해, 이번 대사 인선에서 핵심 자리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번 인선에서 박 대통령이 측근인 친박계 정치인을 주중대사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대(對)중국 관계에 대한 높은 비중을 엿보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외교의 초점을 미국에 맞추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상황이 빚어졌고 후반기에 관계회복을 꾀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해 결국 대중외교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같은 문제점이 강하게 인식되면서 대중외교의 변화가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북관계의 창구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요구돼왔다.
박 대통령은 당선 뒤 첫 외국 특사로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파견한 데 이어 자신과 가까운 정치인을 중국대사로 선택함으로써 양국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대립관계 일본에도 '측근'배치, 변화 모색인 듯
한반도와 밀접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과거사나 독도문제 등으로 인해 미묘한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일본에는 평소 박 대통령에게 조언자 역할을 해온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이 내정됨으로써 대일 외교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외교관 출신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당시 의전수석비서관을 지낸 것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장 2차장을 지낸 점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점도 복합적인 대일관계 업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에서 객원교수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일본에 대해 잘 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내정자는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미묘한 대립관계에 처한 한일 양국간 갈등을 풀어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전문 외교관 통해 확고한 동맹관계 지속
한편 주미 대사로 내정된 안호영 전 외교부 제1차관과 러시아와 유엔대표부 대사로서 각각 유임된 위성락·김숙 대사는 모두 외무관료 출신으로, 그들의 외교 전문성과 업무능력이 우선적으로 인선에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지닌 정통 외무관료 출신을 주미대사로 내정함으로써 그동안 유지돼온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통상적인 수순대로 동맹국인 미국을 오는 5월 초 처음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외교행보를 벌여나가기로 한 점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당초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중국을 첫 순방지로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표현대로 '상식적인 방향'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게 박 대통령의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안 내정자의 경우 지난 2008년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및 한·유럽연합(EU) FTA 체결 등의 실무를 맡아 통상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미외교의 통상분야 강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위 대사의 경우 북핵 전략가이자 러시아 전문가로서 2003년 제2차 북핵위기 당시 외교부 북미국 국장을 맡고 이명박 정부 때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북한 관련 업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미국통으로 꼽히는 김 대사의 경우에도 북미국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국정원 제1차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최근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94호 채택 과정에서 중국을 적극 설득하는 등 역량을 보여준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