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의 높은 곳에 위치한 제단은 몇백년전부터 이용해온곳으로 악재가 닥치면 천신에 제를 올리고 마을의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빌었던 곳이다.
해마다 정기총회에서 초헌관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제가 이장을 맡아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포제 열흘전에야 급하게 노인회장의 도움을 받았다.
어렵게 이십사시간만에 구성된 헌관들 모두가 초헌관을 역임한 초호화 베테랑들로 짜여졌다. 물론 이장이 이뻐서라기 보단 마을 제사를 제대로 못 치루게 된다면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라서 위기감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열분의 제관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나흘동안 오직 제실에서만 먹고 자면서 포제홀기를 직접 작성하고, 부정타지않는 행동으로 최선을 다하여 준비를 했다. 남원읍에서도 제물을 준비하도록 지원을 해주셨고, 마을주민들도 각자 형편에 맞게 기부를 하여, 이번에도 칠백여만의 예산으로 부족함없이 행사를 치뤘다.
희성이라는 호칭으로 통돼지를 깨끗하게 면도하여 생으로 제단에 올리는데,작년에는 암퇴지를 올려서 마을이 여러 가지로 시끄러웠다고 분석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이번제사를 준비하면서는 주민중에 한분이 숫퇘지를 무료로 희사하여 주셨다.그래서 올해는 우리마을엔 좋은일들로만 가득하기를 이 따뜻한 봄날에 기원해본다.
에피소드로 제관중에 한분은 감귤시세가 너무 안좋아서 오로지 뉴스시간에 시세만 보게되고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운좋게도 포제를 끝내고 나서는 감귤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바람에 저에게 막걸리두병을 사겠다고 기뻐하는 삼촌도 있었다.
끝나고 나서 느낀 소감은 마을포제는 엄숙한 유교적인 전통방식을 따르는면서도, 도박으로만 흐르지말고 마을구성원들 모두가 참여하여 화합과 행복을 위한 축제페스티발로 발전시켜 관광객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개발하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리고 옥의티는 아직도 지주의 동의를 못얻어 불편하게 남의 귤밭을 통과해야만 제단에 접근할 수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