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종교계에는 "북한의 문호개방 등 올바른 선택에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종교지도자 7명을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 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구소련도 핵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 됐느냐"며 "핵만 갖고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비핵화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핵을 가져봤자 되는 것은 없고 고립만 초래할 뿐"이라며 "핵무기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에 어느 나라가 투자하려 하겠는가? 북한이 지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북한이 빨리 핵을 포기할 경우 각국의 투자 유치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과 동시에 북한이 손을 내밀 경우 유화정책을 펼 수 있다는 뜻을 함께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도 덧붙였다.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도 있고 해서 국제사회와 같이 논의하면서 가야 하는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참석한 종교계 지도자들도 북한의 핵 위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북한이 도발 위협을 거둔다면 종교계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앞장서달라"고 요청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종교지도자 여러분께서 민간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교지도자들의 역할도 당부했다.
또 "여기 계신 종교지도자 여러분께서 북한의 문호개방 등 올바른 선택을 하고, 국민들의 삶을 돌볼 수 있도록 보다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란다"며 "부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도와주시고 기도로 나라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종교가 축원하는 가치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어려운 곳에 빛을 주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의 씨를 뿌리고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며 "저를 비롯한 정치권도 종교지도자 어르신들께서 하신 것처럼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지연사태를 겪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치적 이익에만 매달려 국민의 문제를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종교지도자 어르신들께서도 정치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관심과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들 생활은 더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비효율적인 예산을 줄이면서 국정과제를 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날 오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기됐고, 너무 오랫동안 숙성되는 바람에 국정운영에 많은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국민들이 우려했다"며 "늦게나마 여야 협의를 통해 통과된 데 대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등 국정기조를 들어 "다양한 문화융성 속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고, 행복 속에서 경제회복이 이뤄지길 바라겠다"며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길 바라고, 종단과 불교계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승 총무원장은 또 "(박 대통령은) 국민이 정부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대한민국과 함께 이 몸을 헌신하겠다는 표현도 하셨다"며 "그런 정신으로 5년간 대통령에 임하신다면 국민행복이, 문화의 부흥이 이뤄지리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김 대변인은 "오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면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와 관련해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해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