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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8)세월
[양대영 칼럼](8)세월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3.03.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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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Robert Graves-

 

막막한 바다가 대리석 절벽을 두들겨
그 쪼각들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꽃 같은 조약돌을 갈아낸다.

또는 막막한 풍우가 벌판을 헤매어
대리석 조약돌 같은 빛 고운 봉오리로
꽃은 솟아난다.

꽃의 아름다움은 세월, 죽음이 슬퍼하는,
조약돌의 아름다움도 또한 세월,
삶에 시달린.

피는 꽃이나 세월과 막막함에 얼룩진
꽃같이 매끄러운 조약돌을 찬미함은
쉬운 일.

세월은 시간의 경과, 모든 찍찍한 자물쇠와
녹슨 돌저귀를 사근이 녹이는
젖물 같은 것.

그 사랑스런 짝, 세월의 쌍둥이인 노년과 유년을
나는 마다할 수 있는가,
슬픈 막막함으로

또한 정성어린 꽃으로 노년을 위로하고
조약돌로써 유년을 달래며 나는 흔한 감사라도
하는 척하지 않을 것인가?

 
대리석 절벽이 오랜 세월 동안 부딪치는 파도로 인해 꽃같은 조약돌로 변한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숱한 조약돌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던 것은 아닐것이다. 오랜 세월 밀물과 썰물을 따라 이리 저리 뒹구는 돌멩이에 부딪치며 박치며 다듬어져서 만들어진 것일 게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그냥 그렇게 된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그 중에는 순탄하게 이어지는 우등생의 결과로 이뤄지거나, 남들이 정해진 국가의무를 다하면서 2~3년 동안 팍 썩일 때 혼자 탁월한 기술을 걸어 축지법(?)을 썼다든지 하여 성공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의무를 다하면서, 찢어질 듯한 가난과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련속에 이룩한 성공이야 말로 무엇보다 값진 성공이라 할 것이다. 세월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모든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놓는 요술과 같은 것이다. 화자는 그래서 세월은 꽃같은 조약돌을 갈아낸다고 한다. 또한 막막한 풍우가 벌판을 휩쓸면서 조약돌 같은 빛깔고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래서 세월은 찍찍한 자물쇠와 돌저귀를 사르르 녹여내는 젖물같은 것이라 말한다.
로버트 그레이브스(1895~1985)는 영국의 시인, 소설가. 세계대전의 체험과 오랜 영국적 전통을 통렬히 비판한 자서전 〈모든 것과의 이별〉(1929)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는 스페인의 마요르카에 정주하면서 시단을 떠나 고독하게 시를 썼다. 시론 〈하얀 여신〉(1948), 〈최고의 특권〉(1955)을 통해 시에 원초적인 외경의 감정을 회복하자고 주장하면서 현대시에 독창적인 개성과 전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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