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서울시내 고깃집의 삼겹살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40~50% 폭락했고 소매가격도 10% 이상 하락했지만 식당과 정육점 등은 저마다 인건비, 야채값 등의 상승을 들어 요지부동이다.
14일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돼지고기 1+ 등급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1월 1kg당 1만8000원대에서 올해 2월 들어 1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1등급 돼지고기는 1kg당 1만7000원에서 9000원대로 급락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수산물 소비자가격 동향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1kg당 1만412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월중순 1만6200원에 비해 12.8% 하락하고, 지난날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5% 하락한 가격이다.
실제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12일 기준 돼지고기 100g당 990원에 판매됐다. 지난해에는 1300원대였다. 또 13일 기준 일반 대형마트 마트에서는 1300~1400원에 돼지고기가 팔리고 있다. 평소 돼지고기가 1600원선까지 팔린 것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가격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고깃집과 정육점의 가격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식당업주들과 정육점들은 인건비와 각종 야채값 등의 요인으로 가격을 내릴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고깃집를 운영하는 A씨는 "야채가격이 급등해서 삼겹살 가격을 못 내린다"며 "고기를 구울 때 같이 구워먹는 김치를 내놓는데 이 김치를 만드는 배추 값 때문에 내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우리가 중간 유통을 통해 삼겹살 받을 때 가격은 변동이 없다"며 "1kg 당 1만3500원에 삼겹살 받는데 가격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W고깃집을 하고 있는 B씨도 "공급 받는 기준으로 말해서 많이 올랐을 때가 1kg에 2만2000원이었는데 오를 때는 1000~2000원으로 올랐고 내릴 때는 1400~1500원 내렸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가 별로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은 없다"며 "인건비 때문에 삼겹살 가격은 내릴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C정육점의 경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0% 정도 가격이 내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마리당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부위육까지 덩달아 똑같은 비율로 가격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D정육점도 "물건을 어디서 받아오느냐에 따라 가격 인상폭이 다르다"며 "대형 유통 공급 회사는 원산지 가격이 많이 하락할 때 그만큼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지만 작은 중소 업체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D정육점은 "싸게 파는 곳은 요즘 1근에 6000원대 후반 일반적으로 7000원대정도를 받는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1근에 8000원대를 받는다"며 "지난해 이맘 때 1근에 12000원에 비해 내린 가격"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의 변동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소매상이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이유로 꼽혔다. D정육점은 "산지에서 하락한 가격이 일정기간 지속돼야 산지가격만큼 떨어진 비율로 소비자공급가를 맞출 수 있다"며 "잠깐 떨어지는 것은 불안해서 그만큼 떨어진 가격으로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남규 유통정보팀 팀장은 "산지 도매가격이 많이 떨어져도 소매가격은 전통적으로 반영이 늦다"며 "게가다 소매상인의 경우 일반 정육점 등에서는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등 고정비가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값을 쉽게 안 내리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겹살의 경우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일 많이 찾는 품목이라 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는 특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