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가운데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추가 핵실험과 핵탄두 실전배치 선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원 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해 향후 북한의 행보로 ▲추가 핵실험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핵탄두 실전배치 선언 가능성 등 3가지를 예상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윤상현·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원 원장은 또 "향후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논의를 구실로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이동식 ICBM을 발사하거나 핵탄두를 실전배치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정원은 대북제재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배경으로 국정원은 ▲기술적 필요성 ▲핵대국을 달성하라는 김정일 유언 달성 및 김정은의 지배력 확대 ▲한국 신정부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력 제고 차원 등을 제시했다.
또 국정원은 이번 핵실험에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는 성격이 강하다며 대남용 핵실험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아리랑 2·3호 핵실험장 촬영했지만 실속 없어
이 밖에 국정원은 핵실험 움직임을 감지했던 과정도 소개했다.
국정원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전날 오후 10시 사전 통보를 받기 전에도 풍계리 갱도 주변 움직임과 주민의 동태를 통해 지난 주말부터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관리하는 인공위성 아리랑 2호와 3호를 통해 핵실험장 부근을 촬영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원 원장에 따르면 아리랑 2호가 이날 오전 10시10분 촬영에, 아리랑 3호가 13시27분에 촬영에 성공했다. 다만 아리랑 2호는 실험장 위에 있던 구름 등 때문에 유효 영상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리랑 3호 역시 지하 핵실험인 탓에 핵실험 여부를 판독해내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정원은 핵실험 연료가 고농축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원장은 "폭발 후 생긴 공기 중 물질로 판독을 해야 하는데 실험 후 금방 없어져 판독이 불가능하다"며 "(연료 확인에는)앞으로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핵실험 과대평가 금물 당부
다만 국정원은 이번 핵실험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밝혔다.
원 원장은 북한의 원자탄 소형화·경량화 성공 발표를 가리켜 '과장 광고'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현재 원자탄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일 뿐이라는 것이 국정원의 입장이다.
즉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4가지 요소, ▲핵실험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 ▲원자탄 소형화·경량화 ▲미사일 궤도진입능력 가운데 1t 미만의 원자탄을 만드는 소형화·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을 귀환시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장은 북쪽에 있는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정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체류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안보고 중 일부 의원들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자 원 원장은 "우리가 핵개발을 하면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일본도 개발을 하면 1년 내에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을 가져 국방전력 면에서 비대칭 구조가 형성된 것 아니냐 질문에 원 원장은 "우리의 국방능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며 "우리 국방비가 북한 GDP보다 많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보위 여야간사들도 이번 핵실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둬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현안보고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파키스탄이 1998년 6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까지 4~5년이 걸렸다. 미사일에 탄두를 실어서 발사에 성공했다 발표한 뒤에야 인정을 받았다"며 "국정원은 현 상태로 북한이 핵무기화에 성공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탄도미사일에 실리는 핵탄두는 0.8톤 규모여야 한다"며 "북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도 "6~7kt이라면 히로시마 원폭의 50% 이하의 능력"이라며 "경계를 늦춰선 안 되지만 북한의 핵능력에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