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안팎에서 '자진사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난 22일 이후 자의반타의반으로 사실상 행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들의 병역 의혹 등으로 자진사퇴하면서 이 후보자도 사실상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과 비싼 항공권을 저렴한 좌석으로 바꾼 뒤 차액을 챙겼다는 '항공권 깡' 의혹을 받았다. 법원장 재직시 삼성에 대한 후원 요청을 비롯해 34가지에 달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부분 내부 고발에서 비롯된 의혹이다.
여야는 지난달 24일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남은 방법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방안 밖에 없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며 인수위나 여당에 공을 넘겼다. 반면 인수위 측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권은 청와대가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표류하면서 지난 21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후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공백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청와대도, 인수위도, 여당도 이 후보 지명의 책임론을 의식한 탓이다.
여당 내에서는 이 후보자의 '결단'을 내심 기다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자 다시 국회 표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사청문회를 마쳤기 때문에 국회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서 300명 의원의 표결을 통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네. 규정이 돼 있다. 직권상정을 하든, 아니면 지금이라도 여야가 만나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또 다른 의원도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의 정치적인 결단만 남아 있다. 다른 현안과 한꺼번에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서 본회의에 상정한 후 표결을 진행하면 그때 찬성, 반대 의견을 밝히면 된다"고 권 의원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도 난망하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고 이후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자는 한 기자가 사퇴설을 묻는 문자메시지에 '아닙니다'라고 밝혀 사퇴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후보자 처리문제가 더욱 미궁에 빠진듯 하다.
결국 이 후보자가 결단을 미루면서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위원이었던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34가지 의혹이 제기돼 명확히 해명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지만 전부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수장으로 업무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이 후보자가 현명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새 정부 출범에도 바람직하고, 본인에게도 명예로운 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