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수애·문근영…여주인공, 왜 이리 독해졌나
[초점]수애·문근영…여주인공, 왜 이리 독해졌나
  • 나는기자다
  • 승인 2013.0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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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경씨, 청담동에 들어오고 싶은거죠? 그거네, 그거였어. 아, 근데 어떡하면 좋죠? 나한테 이미 들켜버렸는데…."

TV드라마 속 여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여자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유의 구태의연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몇 년 사이 야망을 좇느라 사랑을 버리고 떠난 남자에게 복수하는 '청춘의 덫'이 남성 버전으로 바뀌고 있다. 만족을 모르는 채 정상을 향해 등반 중인 여주인공들의 야망을 막기 위해 남자들이 복수에 나섰다.

SBS TV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여자의 속물근성을 공개적으로 꼬집는다. 소시민 '한세경'(문근영)은 해외유학은 못 했지만 상위권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 다수의 공모전 입상경력 등 최선의 스펙에도 일류 디자인회사의 파트타임 대우를 면치 못한다. 게다가 만년 2등 친구인 '서윤주'(소이현)가 자신이 모시는 사모님인 것을 알고 "사랑도 비즈니스"를 외치며 청담동 입성을 선언한다.

이 드라마 속에는 '검을 테면 철저히 검어져라'는 말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랑'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자신을 도와 줄 '시계토끼'를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소시민에게 이용당하는 부잣집 도령 '차승조'(박시후)는 남자를 사다리 삼아 신분상승을 꾀하는 여자의 속성을 경멸한다. 멸종된 진짜 사랑 찾기에 나선 순정남이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맨 '진짜 사랑'이 자신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어떻게 복수할는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청담동 앨리스'의 경우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한세경'도 '차승조'를 좋아한다는 전제로 해피엔딩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해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여주인공 '구재희'(박시연)와 14일 첫 방송된 SBS TV '야왕'의 퍼스트레이디 '주다해'(수애)는 한결 표독스럽다.

 

'구재희'는 가난한 집안에서 잦은 폭행과 욕설에 시달리며 바닥인생을 살면서도 성공을 향한 꿈을 품고 사회부 기자가 된다. 하지만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죄를 연인 '강마루'(송중기)가 대신 치르게 하는가 하면, 마루가 형을 채 살고 나오기도 전에 재계 1위 '태산그룹'의 안주인 자리에 앉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루'의 복수에 결국 몰락하고 만다.

4회까지 방송된 '야왕'의 수애(33)도 '구재희'와 같은 길을 예고했다. '하류'(권상우)의 도움으로 힘들게 공부하고 유학까지 마치지만 결국 사랑을 버리고 백학그룹의 차남 '백도훈'(유노윤호)까지 이용하며 퍼스트레이디가 된다. 하지만 첫회에서 영장을 들고 청와대로 들이닥친 '하류'가 "왜 나를 죽였어?"라고 울부짖는 장면, 잇따른 총격신과 피 흘리는 장면 등은 비극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불과 10여년 전 인기를 누린 드라마 '미스터Q' '토마토' '이브의 모든 것' '파리의 연인' 등에서 여주인공들은 무조건 착했다. 어쩔 수 없이 가난한 환경에 처했지만, 늘 돈 많고 잘생긴 남자주인공이 다가와 멋진 신세계로 이끈다.

작금의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이처럼 수동적인 자세에서 탈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나간다. 그것이 옳지 않은 길이어도 개의치 않는다.

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시청층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야망으로 넘치는 여성의 캐릭터는 5~6년 전부터 서서히 나타났다. 드라마 주시청층은 중년이다. 현재는 386세대까지 넘어왔다. 연령으로 따지면 45~55세 정도가 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았을 때인데 그런 모습이 캐릭터에 반영됐다. 그여성들은 TV속 여주인공이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들도 쇠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20대들이 리모컨을 쥐는 시대가 오면 여주인공이 다시 수동적인 캐릭터가 될 확률이 높다. 최근 경제불황으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여성은 보수화되고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심해진다. 결혼에 목숨을 거는 여성이 나오게 된다. 아직은 이런 사람들이 주시청층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금 20대층이 느낀 성향과 판타지적 요소를 담은 드라마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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