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시시각각 거세지는 보호무역 정책의 파고가 극히 염려스럽다. 최근들어서는 선진시장은 물론 이머징마켓에서 조차 '한국산 제품'에 대해 더 엄격한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는 연초부터 심각한 경고음을 보내는 글로벌 교역환경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했다. <편집자주>
"현대차가 거액의 소송을 당한 것이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심리와 무관치 않다."
얼마 전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연비소송을 당했다. 그리고 미국 언론은 현대기아차의 연비소송과 관련된 기사를 잇달아 노출했다. 이를 본 미국의 한국계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어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중 유독 한국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띄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시장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점.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현대기아차의 연비소송 외에도 LG전자와 SK하이닉스, 코오롱인더스트리 등도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는 특허소송이 주를 이룬다. 미국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3월 기준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100여건이다. 이 중 삼성전자가 43건, LG전자 31건, 팬택 11건, SK하이닉스 7건, 현대차 6건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송사에 휘말린 것은 미국 시장에서 불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바람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나 IT산업 부문에도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무관세이거나 저관세가 적용되던 제품에 수입 관세 또는 차별적 내국세를 부과해 장벽을 높이고 있다.
기업들도 향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장의 '한국을 겨냥한 견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분위기에 맞설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기업들의 진짜 고민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겠지만) 현지 사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펴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갤럭시3를 가지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보호무역 기조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KOTRA 관계자는 "단시간 내 세계 경기와 교역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 동향을 지속적해서 모니터링해 우리 기업이 적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