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ㆍ연내 해결 무산‥비정규지부-노조와 등져
울산 현대차 공장이 노사 충돌이 아닌 노노 충돌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지부)와 비정규직지회(지회)가 이견을 보이며 격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지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사측의 일부 정규직화를 받아들이자는데 대해 지회가 사측의 불법파견 인정과 전원 정규직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 13차 교섭에서 '2016년 상반기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3500명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겠다고 노조에 제시했다. 법원과 노동부의 결정을 이행하는 대신 일부 비정규직을 선별 신규채용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의도다.
지부 역시 전체 6800개 생산하도급 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단계별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사측에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경력도 인정해 주고 전환 규모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기본 방침인 것이다.
하지만 지회는 사측과 지부의 '일부 선별 신규채용' 조치에 반발하며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8000명 전체를 일거에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27일 열릴 예정이던 제15차 비정규직 특별협의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며 불발됐다. 이후 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노조가 지회를 공격하며 노노갈등이 수면위로 고개를 든 것이다.
이날 지회는 울산, 전주, 아산공장 3개 비정규직지회의 동의 없이 정규직화안에 합의할 수 없다며 오후 2시부터 주간 조 4시간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조합원 400여 명이 정규직 노조 사무실 앞을 가로막고 '동의 없는 잠정합의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해고자 20여 명은 공장 출입이 막히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문용문 현대차 지부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지회는 "현대차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도 현대차 노조는 잠정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처지"이라며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3개 지회의 동의 없이 잠정합의하는 것은 교섭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 노조가 이날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면 연내 타결을 위해 비정규직 노조가 반대해도 교섭위원 다수결로 잠정합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수에 의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부는 "비정규직 지회의 봉쇄로 교섭이 중단됐다. 노조는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며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 중인데 비정규직지회의 교섭봉쇄로 정규직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노노갈등은 30일에도 이어졌다. 현장노동조직인 민주현장이 '우리가 당신들(비정규직 조합원)의 적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비정규직 지회를 직접 공격했다.
민주현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전원을 한날한시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현대차 노조의 노력은 모두 쓰레기로 매도당해야 하는가"라며 지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또 지회가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대화 시도를 거절하고 노조를 무시하는 공문을 발송해 4만5000명의 정규직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다 지회 조합원이 송전철탑 농성장에서 금속노조와 지부가 세운 천막에 휘발유를 끼얹기까지 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노노갈등을 우려하며 단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다른 현장노동조직인 현장혁신연대는 '사측 비정규직 문제, 이제 결단해야 한다! 송전철탑 농성 73일째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유인물에서 "한날한시에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한 치의 양보 없이 무조건 고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진하는 현장 노동자회 소속 한 조합원 역시 "더 이상의 노노갈등과 분열은 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정규직 조합원이 정규직이 된다 한들 현장에서 발생할 또 다른 갈등과 계급적 대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장을 사분오열 시키는 비열한 짓은 그만두고 이젠 공조직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할 때"라고 게시판에 적었다.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지금 현대차 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향후 심각한 내상을 입힐 게 불보듯 뻔하다. 당연히 파업과 투쟁 장기화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역시 올해처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관계된 주체들이 좀 더 냉철한 판단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협상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서 이 같은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는 것은 협상을 장기화해 서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