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이례적인 국민적 인기 속에 등장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계기로 기존 구태정치와 작별하고 '새 정치'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당분간 새 판 짜기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전망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박 당선인의 경우 보수진영을 바탕으로 한 세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패배한 야권에서는 전면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승리한 새누리당, 朴 중심 세 결집 예상
새누리당은 대선 승리를 계기로 외연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신호탄을 울린 측은 대선 기간 동안 야권단일화로 화두를 던진 민주통합당이었지만,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여당발 정계 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5일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충청권발 보수대연합의 기치를 올렸다. 이명수 의원, 유한식 세종시장, 이진삼 전 의원 등이 자유선진당 탈당 후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새누리 새 판 짜기'에 속도를 붙인 것이다. 여기에 한화갑·한광옥·김경재 전 의원 등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인물들) 인사 영입을 통해 국민대통합 이미지 극대화에 나섰다.
현재로선 정계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박 당선인의 입지는 확고해졌지만 반대로 박 당선인과 등을 돌렸던 소위 '반박' 인사들의 결집을 위한 '문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분수령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새누리당의 전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대선 기간 중에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외부 핵심 인사들을 비롯해 '친이(친이명박)계+쇄신파'를 아우르는 '범여권 대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 정부와의 화해다. 박 당선인이 비상대책위 시절부터 대선까지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온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박 후보(당선인)가 내건 대선 공약 중 반값등록금, 신규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일부 공약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180도 뒤집는 것들이어서 '변화'를 위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당 안팎에서는 원조보수라고 외치던 박 후보(당선인)가 소장파와 손잡으며 서민·개혁적인 성향을 보여 왔던 터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화해'는 외연확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근혜의 이념과 정책이 '좌파' 성향이 강하지만 그와 함께 했던 측근들은 MB보다 더 우파라는 점에서 '변화'의 무게중심은 '박근혜의 의지'에 달렸다는 데 이견이 없다.
◇패배한 야권, 지각구도 요동칠 듯
민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 기존 범야권에서는 좀 더 개편작업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가장 큰 변수는 안 전 후보다. 이미 안 전 후보의 등장과 함께 기존 구태정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격히 커졌고 야권에서는 특히 선거 결과와 맞물려 정치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드높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선 뒤 야권의 정계개편은 이미 예고돼왔다. 더욱이 선거에서 진 상황에서 민주당 안팎으로 책임론은 거세게 일 전망이다.
문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집권할 경우 '새 정치'의 흐름을 반영해 '국민정당'과 '대통합내각' 등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미 물거품이 됐다.
우선 정권교체의 여망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패배한 데 대해 민주당의 책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새 판 짜기가 불가피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국면까지 주류세력으로 남아있던 친노(친노무현)세력에 대한 비판론을 위주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쇄신 요구 등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비노그룹 및 비주류와 기존 주류세력의 충돌도 격해질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불어 닥칠 회오리와 함께 야권 및 시민사회, 노동계 등 전반에서 구 정치세력에 대한 비난과 함께 새 정치세력 형성에 대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현실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투표 당일 미국으로 떠난 안 전 후보의 거취다. 안 전 후보가 당분간 미국으로 떠나있는 만큼 귀국 시점에 따라 정치개편의 판도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론 역시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이후 국면에서도 다소 소극적인 안 전 후보의 지원도 이번 패배에 대해 일부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는 상황에서 야권에서 안 전 후보의 거취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안 전 후보는 미국에서 한두 달 정도 머무르면서 향후 정치적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언제 귀국할지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밝힌 안 전 후보가 내년 재·보궐선거에 관심을 보인 점 등을 볼 때 독자적인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는 것도 야권으로서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안 전 후보는 옛 정치세력으로 치부돼온 민주당과 직접적으로 손을 잡는 것은 쉽지않아 보인다.
다만 대선 전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비밀회동을 가진 부분 등에 비춰보면 민주당의 일부 비주류 세력과 별도로 힘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이 경우 민주당은 분당 등 더욱 큰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더욱이 민주당으로서는 이해찬 대표의 사퇴로 인해 지도부가 공백이 된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시급히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과 좀 더 근본적인 구도 개편을 위해 더 큰 판짜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충돌하면서 당분간 큰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