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생태우수마을이란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상태로 주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거나 지역주민의 공동 노력을 통해 자연친화적 생활양식으로 운영되는 마을로서 2001년 환경부에서 지정한 이래 현재 전국 95개 마을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한경면 조수1리는 2007년 신규 지정되어 2010년 재지정 심사를 통과한 제주도의 대표적 자연생태우수마을이다.
생태마을로 지정되면 일정액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되어 자연생태관련 각종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사업내용을 보면 연못정비, 정자설치 등 천편일률적인 시설공사 위주인데 조수1리(이장 김대유)에서는 특이하게도 예술작품을 마을 곳곳에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시설사업은 정형화 되어있어 사업추진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작품의 설치는 얘기가 다르다. 작품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냐 로부터 시작해 풀어 나가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사업을 원안대로 진행할지 변경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평소 조수1리장과 친분이 있는 설치예술 전문가 선생님(김해곤)을 한분 만났다. 그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주변 선배 공무원들과 함께 수많은 고민과 토론 끝에 위험이 따르더라도 이 사업은 한번 해볼만 하다라는 결론을 내려 2012년 4월부터 11월까지 조수1리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사업내용으로는 마을에서 유래가 깊은 돗곳물(연못) 주변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당장이라도 연못에 뜰 수 있을 것 같은 모형배 설치, 밋밋한 구(舊)조수초등학교 창고에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을 상징하는 다양한 색상의 타일벽화를 붙여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마을을 지켜주는 돌하르방 제작, 제주의 상징인 물, 바람, 감귤 등을 형상화한 예술우체통 제작․설치하는 것 등이다.
사업이 마무리되자 성과에 회의적이던 마을주민들도 작품의 완성도와 주변 자연경관과의 조화에 상당히 흡족해 했다. 사업진행도중 예술우체통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두가구가 서로 자기 집 앞에 해당 작품을 설치하겠다고 싸워 어쩔 수 없이 두 집 사이의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곳에 설치하게 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2012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도 가끔 조수1리를 방문하는 내방객에게 조형물을 배경으로 좋은 사진 찍고 간다는 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 공직생활을 한지 8년이 다 되어간다. 많은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사업을 할 것이다. 그러나 2012년도 조수1리 예술작품 설치사업은 여타의 사업보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될 것 같다.
혹시 이글을 읽는 분들 중 한경면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짬을 내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여 살아 숨쉬는 조수1리를 한번 방문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짧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