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최용호 부장판사)는 2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공개 및 위치추적 장치 부착 10년을 각각 명했다. 성폭력 치료수강 40시간도 함께 주문했다.
강 씨의 신청으로 시행된 이날 재판에는 배심원 10명을 비롯해 검사 측, 피고인 변호인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자정을 넘긴 20일 새벽 2시까지 장시간 이뤄졌다.
이날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범행 목적이 강간에 있었는지였다.
애초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던 강 씨가 재판과정에서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변호인을 통해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오해로 비롯된 살해 사건임을 주장했다.
강 씨는 “당시 올레길을 걷다가 말미오름 중간 살해현장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중 같은 시각 올레길을 걷던 피해자와 만났고, 자신의 성기를 터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폭행범으로 의심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신고하겠다고 하자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유족과 국민은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고 이를 부인하면 '묻지마 살인'으로 형량만 늘어난다고 압박해 경찰이 이미 작성한 내용대로 진술을 하게됐다"며 애초 진술을 전면 뒤집었다. 경찰의 회유에 의한 거짓 자백이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강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 강 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성폭행하려 했다고 말을 들었다'는 증인들과 담당 경찰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또 관련 사진 및 정황 등을 제시하며 강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배심원과 재판부를 설득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같은 흉악범에 대한 다른 선택은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이 시작된지 약 12시간이 지나 밤 10시 40분이 돼서야 피고인에 대한 모든 변론과 심문이 마무리됐다.
배심원과 재판부는 3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20일 새벽 최종 양형을 결정했다.
이날 배심원은 강씨에 대해 예비 배심원 1명을 제외한 6명은 유죄, 3명은 무죄라고 평결했다. 양형에서는 무기징역 2명, 징역 24년 1명, 23년 4명, 20년 2명이 각각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이 강간 목적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피고인의 행적이나 피해자의 옷을 벗기게 된 경위 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의 남동생 A씨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검찰의 구형에 훨씬 못 미친다. 검찰에서 항소하겠지만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며 사법부를 향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조만간 피고인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레길 피살 사건은 지난 7월 제주 서귀포 성산읍 올레 1코스를 걷던 여성관광객이 동네주민에 의해 엽기적으로 살해돼 충격을 준 사건이다.
당시 살해범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 일부를 절단해 대나무밭과 버스정류장 등에 유기했다.【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