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역사내 장애인 화장실중 남녀 구분이 없는 곳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지하철 1~9호선 293(미개통 마곡나루역 포함)개 역의 장애인 화장실 285개 중 남녀 공용화장실이 80개에 달했다. 심지어 아예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곳도 8개소나 됐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120개 역중 3개역이 장애인 화장실을 미설치하고 45곳은 남녀 구분이 없는 화장실이었다.
호선별로는 1호선과 3호선이 남녀공용 화장실과 구분 화장실의 비율이 비슷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역도 1곳과 4곳이 있는 등 심각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48개 역 가운데 2000년에 개통한 6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호선에서 3곳이 미설치, 34역이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았다.
지하철 내 장애인 화장실 설치는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의해 시행됐다. 장애인화장실의 남녀 구분이 의무화 된 것은 2007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에 2009년 개통한 지하철 9호선은 관련 법률의 적용을 받아 남녀 분리 장애인 화장실이 모두 설치돼 있다.
하지만 관련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지어진 역사 건물에 대해서는 기간 내 의무화를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자치단체장의 재량과 의지에 맡겨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한 장애인은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남녀 구분 없이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에 대한 분리를 요구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예산 운용상 매년 16개역씩 화장실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장애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기열 서울시의원은 "서울시로부터 장애인 남녀구분 화장실이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미진한 측면이 있다"며 "다른 사업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약자와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둬서 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공공기관이 앞장설 때 민간도 따라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오영철 서울지소장은 "행정부는 항상 예산 핑계를 대지만 화장실 분리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인권의 차원"라며 "남녀공용화장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용화장실이 80곳이나 되는데도 2015년 이후로 완료한다는 시의 방침 자체가 믿기 어렵다"며 "(박원순 시장이 강조하는) 기본권 보장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