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의 박보영(22)과 송중기(27)다. 이미지까지 닮은 이들은 영화에서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눴다. “진짜로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팬들이 기대할만큼 잘 어울리는 두 배우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4개월을 보냈다.
박보영은 “‘늑대소년’ 촬영 현장에서 정말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사 문제로 좋지 않은 일도 겪고 이 일을 다시 하면서 감사함은 늘 느꼈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은 안 했거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함께 한 식구들께 많은 배려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고 또 그만큼 애정이 많이 가요”라며 흡족해했다.

“중기 오빠도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면서도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중기 오빠에게 전가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빠가 잘돼야 우리 영화가 잘 되는 거예요. 늑대가 주인공이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슬쩍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오빠가 대사가 없기 때문에 혼자 대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관객이 독백처럼 듣거나 어색하게 들으면 안 되니까. 연기하다가 중기 오빠를 봤는데 눈과 표정으로 말하는 게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 오빠를 똑바로 보고 연기하니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늑대소년’은 세상과 동떨어진 채 철저히 홀로 살던 늑대소년 ‘철수’(송중기)가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녀 ‘순이’(박보영)의 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시작된다. 낯선 소년의 출현이 못마땅한 ‘순이’는 ‘철수’에게 밥 먹는 법, 이 닦는 법, 기다리는 법 등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외로웠던 남녀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세상과 소통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다. 지난해 12월21일 첫 촬영, 올해 4월14일 마쳤다.
4개월 동안 추운 곳에서 송중기와 함께 한 박보영은 “팬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저도 여한이 없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렇게 잘생기고 나만 봐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거기다가 남자다운 모습도 과시하잖아요. 실제 촬영에서도 오빠가 많이 배려해주고 자상하게 대해줘서 좋았어요.”

“평소 장난기도 많은데 연기적으로 진지해야 할 때는 장난을 안 쳐요. 오빠가 저를 안고 뛰는 신이 있는데, 농담으로라도 무겁다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또 치마가 올라갈까봐 신경도 많이 써줬어요.”
‘철수’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그게 하이라이트였는데 감정이 끊기면 안 된다고 롱테이크로 찍었다. 누구나 배우라면 내가 더 잘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오빠는 그 순간에도 ‘이 장면은 순이의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나를 배려해줬다. 촬영 순서도 내가 정할 수 있도록 해줘서 편하게 촬영했다.”

“처음에는 나의 감정을 찍는 신이라 오빠가 화면에 안 나와도 되니 때리지 않고 흉내만 냈다. 그랬더니 오빠가 감정이 잘 안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사정없이 때리라고 하더라. 너무 미안했다. 오빠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얼굴이 부었더라.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얼음주머니를 만들어와 오빠에게 줬더니 오빠가 내 손도 아플 거라면서 도로 내 손에 쥐어줬다. 감동이었다”고 회상했다.
박보영은 “4개월 촬영이 끝난 후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장면이 ‘철수’가 ‘순이’를 데리고 동굴로 가서 낙엽을 덮어주는 신이다. 그 장면이 끝나니 PD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항상 감독을 만족시킬 만하게 연기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 많이 울었다. 안 울려고 했는데…. 사실은 중기 오빠가 먼저 울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넉 달 간의 행복, 흥행성공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관객 수에 대한 개념이 잘 서 있지 않다. ‘울학교 이티’(2008) 때 70만명이 들었는데 다들 초상집 분위기로 있었다. 혼자 ‘대박’났다고 좋아했다. 그래도 욕심을 내보자면 350만명 정도 봐줬으면 좋겠다. 고생한 스태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또 중기 오빠가 지금 드라마 ‘착한남자’를 찍고 있잖아요. 시청률을 봤는데 1위를 한 거예요. 너무 행복했어요. 오빠의 늪에 많은 분들이 빠져야 우리 영화가 잘될 것 같거든요. 중기 오빠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오빠를 좋아하는 모든 여성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