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가 오는 3일 오후 2시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부 삼성화재와 KEPCO의 개막 경기를 시작으로 5개월 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상무가 V-리그에 빠져 남녀부 각 6개팀씩 12개 팀으로 구성된 이번 정규리그는 내년 3월13일까지 6라운드 180경기를 벌인다.
3·4위가 벌이는 준플레이오프가 폐지돼 2·3위 팀이 맞붙는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는 내년 3월16일부터 열린다. 내년 4월1일 대망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우승팀이 가려진다.
V-리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가지 변화를 맞았다.
서울 팀의 연고지인 장충체육관이 리빌딩에 들어가 홈구장으로 삼았던 남자부 러시앤캐시(종전 드림식스)와 여자부 GS칼텍스가 새 둥지를 찾았다. 러시앤캐시는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을 새로운 연고지로 삼았고, GS칼텍스는 남자부 LIG손해보험의 연고지인 구미 박정희체육관을 함께 사용키로 했다.
지난해까지 한국배구연맹(KOVO)의 직접 관리를 받던 드림식스는 러시앤캐시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올해부터 러시앤캐시로 거듭났다. 새로운 이름을 찾은 러시앤캐시는 전임 박희상(40) 감독 대신 '마술사' 김호철(57)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넘겨 받아 팀을 이끈다.
▲'가빈 없음에' vs '가빈 없어도'…'동상이몽' 남자부
삼성화재의 V6를 이끈 '괴물' 가빈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러시아리그로 이적해 올 시즌 남자프로배구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LIG손해보험이 있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29일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중 3개 구단 감독으로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 6위를 차지해 프로 팀 중 최하위를 기록한 LIG손해보험은 지난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덕분에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이강원(22)을 낚았다. 경희대 출신 오른쪽 공격수 이강원은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배구연맹(AVC)컵을 치르면서 팀을 5위로 이끄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LIG손해보험은 8월 말 국내선수로만 구성된 수원컵대회에서 팀 창단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대회 우승을 달성하며 정규리그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여기에 밀란 페피치(28)와 바통 터치한 쿠바 대표 출신 까메호(26)를 영입해 김요한(27)-이경수(33)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루키 이강원은 공격 삼각편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근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올린 삼성화재도 전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의 60%를 차지했던 가빈 슈미트(26)가 빠져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우승 DNA를 갖고 있는 삼성화재가 조용히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신치용(57) 감독은 "5년 전부터 4등 후보였지만 계속 우승하고 있다"는 짧은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한항공의 3연속 우승 도전도 이어진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무릎을 꿇었던 대한항공은 검증된 외국인 선수 네맥 마틴을 잔류시켜 팀워크 다지기에 나섰다. '토종 거포' 김학민은 군 입대를 미루면서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신진식(37) 홍익대학교 감독은 올 시즌을 3강과 3약으로 전망했다. LIG손해보험,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이 3강을 구성하고 그외 삼성화재, 러시앤캐시, KEPCO를 3약으로 꼽았다.
신 감독은 "가장 기대되는 팀은 LIG다. 2~3위까지는 무난히 치고 올라올 능력을 갖췄다. 삼성화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지만 올 시즌은 모르겠다. 대한항공은 팀워크만 더 갖춰진다면 챔피언결정전에서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라크루즈의 귀환' 여자부…GS칼텍스 우승 1순위
여자부에서는 몬타뇨(29)가 빠지고 베띠(25)가 돌아온 점이 눈에 띈다.
'여자 가빈'이라고 불리며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년 간 V-리그를 풍미했던 몬타뇨는 지난 시즌 소속팀 KGC인삼공사를 통합우승을 이끌고 아제르바이잔으로 떠났다.
2009~2010시즌부터 내리 3시즌 연속 공격상을 휩쓸었던 몬타뇨의 부재는 여자배구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전력상 지난해 통합우승팀인 인삼공사의 전력 누수가 가장 크다. '타뇨공사'라고 불릴 만큼 몬타뇨의 공격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인삼공사는 몬타뇨가 떠나면서 확실한 공격 보증수표를 잃었다.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드라간을 영입했지만 얼마나 빨리 팀에 녹아들지 의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장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어린 선수 위주로 시즌을 맞게 됐다. 런던올림픽 출전 멤버인 레프트 한유미(30)를 비롯해 주전 센터 장소연(38)과 김세영(31), 김회순(21) 등 3명의 센터진이 코트를 떠났다. 레프트 오현미(26), 리베로 홍성아(24)도 은퇴했다.
팀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빠져 노련한 경기운영은 당분간 엿볼 수 없게 됐다.
박미희(49) KBSN해설위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KGC인삼공사가 고전을 할 것 같다. 지난해에는 몬타뇨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있었고 노련한 선수들이 다수 있었는데 모두 빠졌다. 팀에서 분위기를 잡아 줄 고참들이 없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성희 감독은 이 같은 우려의 눈길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노장 선수가 대거 은퇴하면서 어린 선수 위주로 연습했다"며 선수 구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거꾸로 우승 후보로 가장 주목받는 팀은 GS칼텍스가 꼽힌다. 6개 구단 감독 모두 입을 모아 GS칼텍스 의 우승을 점쳤다.
그 같은 배경에는 베띠의 친정 복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커다란 전력 손실이 없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베띠는 2008~2009시즌 당시 데라크루즈라는 이름으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한때를 구가했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 덴소 에어리디즈에서 활약하던 베띠는 3년 만에 친정 GS칼텍스에 복귀하며 단숨에 팀을 강력한 우승 후보에 올려놓았다.
베띠는 2008~2009시즌 당시 트리플크라운 4회를 달성하며 정규리그 공격상과 MVP를 휩쓸었다. 188cm로 비교적 큰 편은 아니지만 타점 높은 공격을 이용해 45%를 웃도는 공격점유율로 경기당 24점 이상씩을 책임졌다. 덕분에 GS칼텍스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더욱이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 정대영(31·센터)~이숙자(32·세터)~한송이(28·레프트)로 이어지는 라인은 GS칼텍스를 든든하게 한다.
지난해 첫 지휘봉을 잡은 이선구(60) 감독이 계속해서 팀을 맡게 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선수 구성에 2년차에 접어드는 이 감독의 안정된 지도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 돌풍이 예상되는 팀으로는 IBK기업은행이 꼽힌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창단 첫 해에 매운 맛을 보여줬다. 시즌 막판 승점 1점이 모자라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까지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던 리베로 남지연(29)이 기업은행에 새롭게 가세해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리베로 포지션에 무게감을 더했다. 올 시즌 현대건설에서 넘어온 '베테랑' 왼쪽 공격수 윤혜숙(29)도 기업은행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기에 런던올림픽 '비밀병기'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던 김희진(21)은 올림픽 경험을 더해 공격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만 지난 8월 수원컵에서 기업은행의 준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윤혜숙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초반 1~2라운드 출전이 불투명한 것이 변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도로공사도 우승에 재도전한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GS칼텍스를 우승후보로 꼽을때 어창선(44) 도로공사 감독만 "도로공사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어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졌기 때문에 올해는 바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통합우승을 한 번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특히 공을 들였다. 지난 시즌 중반 영입한 이바나 네소비치(24)와의 재계약과 뉴페이스를 놓고 저울질한 도로공사는 새 얼굴인 미국대표팀 출신 니콜 포셋(26)을 택했다.
다만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