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 양극화를 해소하고 강자 독식 구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박근혜 캠프),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문재인 캠프),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안철수 캠프)는 31일 민영통신사 뉴시스 주최로 열린 '넥스트 소사이어티 2013(NEXT SOCIETY 2013) 포럼'에 참석해 각 캠프가 구상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세 후보 측은 모두 재벌·대기업에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김 위원장은 재벌이 수용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이 위원장과 장 본부장은 소유구조 개선을 포함한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빅3 "재벌 행태 문제 있다"…한목소리
각 후보 측은 한 목소리로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경제력 남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정부의 경제 정책을 다룰 때 대기업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한심하게 느낀 점은 '나는 경제적으로 큰 사람이기 때문에 법을 어기고 살아도 괜찮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그동안 지켜지지 않던 룰을 새롭게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 일자리가 10% 밖에 안되는 나라 없다. 그 이유는 재벌체제 때문"이라며 "견고한 재벌 체제가 새로운 재벌기업의 탄생을 막고 있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 본부장은 "재벌 가족이 회사 구조 내에서 빵집까지 한다는 데 국민은 분노한다"면서 "이런 사업 다각화는 대한민국을 위해, 재벌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가 성장 견인한다…발상의 전환 필요"
각 캠프의 경제 수장들은 경제민주화가 성장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불평등의 정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정도의 단계에까지 도달했고, 현 상황에서 이것을 수정하지 않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착각을 하면 곤란하다"며 "성공한 자본주의 체제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절제할 수 있도록 시장에 대한 수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은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정책과 같은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추진할 때 많은 기업가가 반대햇지만 이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가 살아났고 30년간의 장기호황의 바탕이 됐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장 본부장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뤄낸 체제와 구조가 미래의 성장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었던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잃어버린 20년'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혁신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벌개혁 방안에서는 시각차
구체적인 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각 후보 캠프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공정한 질서의 틀을 통해 그 안에서 경제세력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재벌을 해체한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까지 문제삼아 무리하게 압박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저항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감소하거나 경제주체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야권의 두 후보 측은 출자총액제한제나 계열분리명령제와 같은 강도 높은 규제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위원장은 출총제에 대해 "다른 나라에 이런 규제 없는 이유는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정치·사회·문화·언론까지 발을 뻗치는 재벌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출총제가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재벌 총수와 가족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공정한 시장 질서가 깨진 것을 바로잡는 것을 왜 재벌해체로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회사가 극장을 차려놓고 가장 돈이 되는 콜라와 팝콘을 (총수)가족들이 파는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기업 해체도 기업 때리기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安·文측 "새누리, 경제민주화 의지 있나", 朴측 "박근혜 의지 확고"
안 후보와 문 후보측 패널로 참석한 인사들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새누리당 측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신현호 안 후보 캠프의 정책위원은 "새누리당의 과거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줄푸세'는 경제민주화와 대립되거나 모순된다"며 "경제민주화 실현과 함께 갈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실현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는 것 같다"며 "박 후보가 대중 앞에서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를 했고 그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실천은 앞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될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후보 자신의 신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경련 작심하고 '쓴소리'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 이승철 전무는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며 정치권과의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이 전무는 "왜 경제민주화에 주인이 있는 대기업만 참여해야 하는가"라며 "우리나라에는 자신 기준으로 700조원이나 되는 공기업과 400조원이나 되는 연기금이 있다. 그들이 하는 내부거래, 골목상권(침해) 등은 주인이 있는 재벌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전무는 "왜 잘 나가는 기업들을 끌어내려서 민주화하려고 하느냐. 못 나가는 사람을 잘하게 해서 경제민주화를 하면 안되냐"며 "2만 달러 짜리 경제민주화보다 5만 달러 짜리 경제민주화가 더 좋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대기업들은 해외에 나가면 세금을 깎아주고, 도로도 만들어 주고, 학교도 지어준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역차별을 받는다"면서 "그런데도 재벌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전경련이 경제민주화에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어느 시기에 가서 국민의 힘으로 경제민주화를 한다면 그 때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