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과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주연을 맡은 ‘편지’가 그 영화다.
아침 햇살을 받아 회색으로 올라오는 삼나무 숲길의 안개를 따라 불치병으로 젊은 나이에 먼저 간 남자 주인공의 아들과 아내가 커다란 나무 앞에 선다.
그리고 아들에게 아버지에게 인사하라며,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버지를 닮은 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마지막 영상이 흘러간 것으로 기억한다.
죽음과 그 기억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영화를 본 후의 느낌은 이러한 삶과 추억하는 방법도 꼭 애처롭기만한 것이 아님을 미소짓는 모자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세상에는 죽음을 맞아 나름대로의 문화와 의식에 따라 여러 가지 장례절차와 방식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선사시대부터 여러 가지 장례방법이 있어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장례풍습이 매장이었으나 근래 들어 화장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여 제주도에도 이제는 50%가 넘는 가정에서 화장을 하고 납골당이나 자연장으로 고인을 모시고 있다.
시대상의 변화와 무분별한 토지의 이용에 제한을 두기 위해 제주도에서도 계속해서 화장을 유도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시 연동 산134-1번지에 34,117㎡·15,670구의 자연장지인 ‘어승생 한울누리공원’을 개장하고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잔디형과 화초형, 수목형과 정원형 등 이용자의 선택을 폭을 넓히고 저렴한 사용료를 책정하여 많은 도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자연장은 핵가족화와 생활 근거지의 다양화 등으로 후손들의 묘지 관리에 들어가는 노고를 최소화하고 앞서 언급한 토지의 효율적 이용 외에도 추모와 자손된 도리를 다하려는 후손들이 더 쉽게 자주 찾을 수 있는 미래의 새로운 장례문화로 정착될 것이란 생각이다.
특히나 간편한 이용과 안장절차는 물론 행정에서 연중 관리하고 있어 누구나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추모와 휴식을 겸한 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수많은 사연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던 모두의 죽음과 기억이 소중하고 안타깝지만, 언젠가 ‘당신은 어떤 묘비명을 남기고 싶으십니까?’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자연에서 태어나 욕심없이 살며 자연으로 돌아간 아무개라고 소박한 표지석을 남기는 걸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