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심장섭)이 해외 한국고서 디지털화 사업의 하나로 콜레주 드 프랑스에 소장된 한국 고서를 조사하던 중 쿠랑의 소장본 254책을 확인했다.
쿠랑이 쓴 '한국서지'(Bibliographie Coréenne)는 한국학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작성된 한국 고서 자료다. 오늘날에도 한국학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에게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1901년에 발간된 보유판에는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목록이 수록됐다.
'한국서지' 서문에 따르면, 쿠랑은 서울의 책방을 모두 뒤져 장서를 살펴나갔다. '가장 흥미있을 것 같은 책들을 사들이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써 놓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쿠랑이 수집한 한국 고서들의 소재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 2~3종이 소장됐다는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콜레주 드 프랑스에 소장된 한국고서는 주제별로는 사부(史部)의 자료가 가장 많고 발행 시기도 19세기와 20세기의 자료가 대부분이었다"면서도 "소장자료 중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는 국내외에 전래되는 것이 적은 희귀본"이라고 밝혔다.
또 조선후기 필사본 고지도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에 수록된 지도 중 '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는 1712년(숙종 38)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 주변을 조사한 뒤 정계비를 세운 여정을 그린 것으로 유사한 것이 발견되지 않은 귀중한 지도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지도에는 울릉도 남쪽에 우산도(于山島·독도)가 그려져 있는데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 소장된 한국 고서는 모두 53종 421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발간한 '국외 한국 고문헌 조사보고서 I: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한국 고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보고서는 한국어와 불어로 서지목록과 자료에 대한 논고를 수록했다.
11월부터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 중인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go.kr/korcis)을 통해 서지목록과 원문도 공개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82년부터 해외에 소장돼 있는 한국 고서를 조사하고, 귀중문헌을 영인·수집하고 있다. 규장각 등 국내 55개 기관, 미국하버드옌칭도서관 등 해외 37개에 소장된 한국고서의 종합목록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편, 쿠랑은 1865년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대 법대와 동양어학교에서 고등교육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공사관 통역관 실습생으로 파견됐고, 1890년 통역서기관으로 서울에 왔다.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한 장서를 검토한 후 프랑스국립도서관, 기메박물관, 영국국립도서관 등에 소장된 한국고서를 조사했다. 리옹대 중국어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서지는 한국고서를 교회(敎誨), 언어(言語), 유교(儒敎), 문묵(文墨), 의범(儀範), 사서(史書), 기예(技藝), 교문(敎門), 교통(交通) 등 9부로 나누고 3821종의 자료를 수록했다. 1894~1901년 본책 3권, 보유판 1권이 발간됐다. 1995년 이희재 숙명여대 교수가 수정번역판을 내놨다.
콜레주 드 프랑스는 1530년에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설립한 인문학·기초과학 분야의 국립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프랑스 다른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을 가르친다'는 창립 정신에 따라 공개 강의와 세미나를 무료로 연다. 프랑스에서 최첨단 연구 수행, 새로운 지식 보급, 학제간 교류 등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누리고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