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를 씻고 '에이스 본색'을 유감없이 과시한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24)이 활짝 웃었다.
김광현은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SK의 2-1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전 "김광현의 컨디션은 평균 이상"이라는 SK 성준 투수코치의 말처럼 김광현은 쾌투를 선보이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렸다.
지난해 밸런스가 무너져 재활했던 김광현은 올 시즌에도 왼 어깨 부상 때문에 고전했다.
시즌 초반 왼 어깨 통증 탓에 재활하느라 6월에서야 1군에 합류한 김광현은 7월초 또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7월27일 다시 복귀했지만 김광현은 9월7일 이후 18일간 또 다시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을 왔다갔다 하느라 시즌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8승 5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시즌을 마쳤다.
SK 이만수(54) 감독이 김광현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을 때 다소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만수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위기였다.
이 감독은 "어깨 상태나 컨디션이 괜찮다. SK 하면 김광현이다. 성준 투수코치는 다른 투수를 주장했는데 내가 김광현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큰 경기에서의 김광현은 강했다. 그는 건재함을 과시하며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올 시즌 가장 좋은 피칭이었다.
김광현은 직구에 주무기인 슬라이더, 그리고 투심을 앞세워 롯데 타자들을 요리했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km를 넘나들었다. 직구가 다소 높았지만 힘이 있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다. 투심도 좋았다.
이날 9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63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삼진 10개를 솎아냈다.
이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선동열 현 KIA 감독이 1989년 인천 도원구장에서 열린 태평양 돌핀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1개의 탈삼진을 잡은 것이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SK가 2-1로 앞선 7회초부터 마운드를 엄정욱에게 넘긴 김광현은 팀이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 승리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08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4년만에 품에 안은 가을잔치 승리였다.
김광현은 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100만원, 인터컨티넨탈호텔 100만원 상당 숙박권도 가져갔다.
김광현은 "어깨 상태는 올 시즌 가장 좋았다. 이 상태를 유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5회초 문규현을 상대하다가 왼 종아리에 통증을 호소했던 김광현은 "쥐가 났었다. 너무 세게 던져서 그런 것 같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며 "지금은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1차전에 선발로 나선 것이 호투의 배경이 됐다. 오늘 경기장에 나와 신문 1면을 봤는데 나를 선발로 낸 것이 '이만수 감독의 도박'이라고 돼있었다. 자극이 됐다"며 "마음이 아팠다. 오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광현은 삼진을 잡고 특유의 커다란 모션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가 가장 좋았을 시기에 자주 볼 수 있었던 세러모니였다.
김광현은 "가장 좋았을 때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기에 일부러 하려고 했다"며 "긴장을 많이 해서 모션을 크게 한 것도 있다. 우리 팀 선수들이 힘이 나고 상대팀이 긴장하지 않을까 해서 커다란 제스처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던졌던 투심에 김광현은 만족스러워하는 반응이었다. 주무기로 슬라이더를 갖고 있는 김광현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보유하고 싶어했다. 체인지업, 스플리터, 투심 등 여러 변화구를 놓고 고민했다.
김광현은 "엊그제 불펜 피칭을 하면서도 제3의 변화구로 뭘 던질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성준 투수코치님과 포수 (정)상호 형이 모두 투심을 던져보라고 했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제3의 변화구가 생겨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실점을 했던 6회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종아리 응급처치를 하느라 5회가 끝나고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캐치볼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6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집중력도 떨어져 있었다"며 "그래도 운이 좋아서 1점만 내준 것 같다"고 웃었다.
4년만의 포스트시즌 승리에 "너무너무 좋아요"라며 웃어보인 김광현은 "6회 점수를 줬을 때 안되겠다 싶었는데 (박)정권 형이 쳐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