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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인터뷰]'샐러리맨의 코트 성공신화' 28년 외길 최부영 경희대 감독
[뉴시스인터뷰]'샐러리맨의 코트 성공신화' 28년 외길 최부영 경희대 감독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10.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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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에서 28년 동안 몸담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경희대 농구부의 최부영(60) 감독은 잘 나가던 대기업 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28년째 한 우물만 팠다.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비주류로 불리던 경희대 농구부를 명실상부한 대학 최강으로 만들었다.

경희대는 지난 4일 중앙대와의 2012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둬 2년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카리스마와 탁월한 지도력을 앞세운 최 감독은 2년 연속 최고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4년이면 정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28년이다.

▲육상·야구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

최 감독은 홍콩의 영화배우 훙진바오(洪金寶)를 연상하게 하는 큰 몸집 때문에 둔해 보인다. 운동과 거리가 먼 이미지다. 젊었을 때는 달랐단다.

178cm 65kg의 좋은 신체조건 탓에 체육선생님의 눈에 들은 그는 군산중 2학년 때, 육상부에 들어갔다. 육상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에 이번에는 야구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마다하지 않았다.

농구부라고 가만히 둘리 없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자랑했던 그는 모든 운동부의 영입 대상이었다. 최 감독은 결국 1년여의 고민 끝에 중학교 3학년 여름에 정식으로 농구부에 가입했고 이때부터 그의 농구인생이 시작됐다.

잘 나갔다. 군산고~경희대를 거쳐 국가대표 상비군에 오르내렸다. 이후 1976년 전매청에 입단했고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에 삼성에 입단했다.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던 시기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그때는 정말 농구에 미쳐있었다고 보면 된다. 잠 잘 때를 빼곤 항상 농구 생각만 할 때였다"고 말했다. 경희대 출신으로 당시에는 비주류 농구 인생이었다. 스스로 포기하는 선수들이 쏟아지는 중에도 열정 하나로 버텼다.

▲'옷쟁이' 출신답게 남다른 패션센스

1983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코트를 뒤로 하고 제일모직에 대리로 입사했다. 가정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선배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고 농구공을 완전히 놓았지만 운동선수인 그에게 사무실 업무는 쉽지 않았다.

밥값을 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퇴근 후에는 동료들을 붙잡아 업무과외(?)까지 받았다. 일감을 가지고 서초동 독신자 숙소로 돌아와 동료들과 연일 밤을 샜다. 최 감독은 "생각을 해 보라. 운동만 하던 내가 일반 업무를 어떻게 하겠나. 그때 도와준 동료들은 은인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영업 관리와 제품관리 업무를 담당한 지 1년 반 만에 과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매출에 일희일비하던 그가 "뭐든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몸소 깨달은 순간이다.

"운동보다 몇 백배는 고단했던 시기이지만 내 60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이고 경험이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나의 직장 경험을 당당히 이야기하곤 한다. 좋은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류회사에서 일한 탓인지 최 감독의 패션센스는 남다르다. 45평 아파트에 딸린 4개 방 중 하나는 자신의 옷 방이다. 옷이 많아 최근에는 안방에도 최 감독의 옷가지들이 넘친단다.

평범한 사람들은 입기 힘든 색상이나 디자인도 무난히 소화한다. 소품도 빠뜨리지 않는다. 소위 '일수가방'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손가방을 항상 겨드랑이에 끼고 있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젊었을 때, 디자이너들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옷을 입는 기본이나 색감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며 "유행에 민감하고 평범한 것보다는 눈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경희대 사령탑만 30년

회사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1985년 가을에 모교 경희대에서 감독 제의가 왔다. 고민 끝에 수락했다. 실망감이 컸다. '농구 좀 한다'는 선수들은 모두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에 진학했고 반대로 경희대는 선수층이 너무 얇았다.

열악한 환경에 처음에는 후회도 많았지만 최 감독은 포기를 몰랐다. 패배의식을 떨치도록 더욱 혹독하고 가혹하게 선수들을 지도했다. 작전타임 도중에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비춰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책했다.

그렇게 28년 동안 길러낸 제자들이 지금은 어엿하게 한국 농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최 감독은 "성실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경희대가 힘든 시기에 먹지도 못하고 독하게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창수(現 삼성 스카우트), 최명도(現 삼일중 코치), 장창곤(現 상무 코치)등이 고생을 많이 한 아이들이다"고 했다.

위기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 MBC배 대회에서 심판 대기실까지 쫓아가 강하게 항의를 했다가 옷을 벗을 뻔했다. "솔직히 심판한테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항의했다. 여태 그렇게 흥분한 적이 없었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김성철(KGC인삼공사), 강혁(전자랜드), 박찬희(상무)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농구대잔치의 인기가 절정이던 1990년대 중반에는 대학 최강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꾸준했다.

그리고 2010년 출범한 대학농구리그에서 지난해와 올해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전승으로, 올해에는 1번만 지고 우승했다. 최 감독은 "말년에 내 인생 최고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최 감독의 정년은 만 62세가 되는 2014년이다. 경희대에서 30년을 꽉 채우는 셈이다. 학교와 상의해 지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감대 형성된다면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도"

"모든 농구인들이 나를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맡긴다면 생각해 볼 수 있죠."

한국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프로농구 우승팀 감독이 돌아가며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현 방식을 개편할 움직임이 있다.

다가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첫 무대로 전임 감독제로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는 최 감독 역시 전임 감독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나이 먹어서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저 형 끝까지 다 해먹고 가는 구나' 같은 말들이 나오는 풍토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감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모든 농구인들이 최부영이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믿고 맡긴다면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발한다고 해서 이력서나 한 번 내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최 감독의 생활신조는 '성실'이다. 스스로 나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고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는 화려한 짧은 순간을 위해 괴롭고 고된 시간을 길게 보내야 한다. 스스로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와 일에 성실했던 그이지만 가정에는 소홀했다.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였다며 스스로 빵점짜리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하숙생 같은 삶을 살았죠." 최 감독은 1남1녀를 두었다.【서울=뉴시스】

◇최부영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 1952년 7월7일
▲출신학교 : 군산중~군산고~경희대
▲주요 경력 : 삼성 현역 은퇴(1983)~경희대 감독(1985~), 아시아청소년대회 코치(1990), 하계유니버시아드 감독(1983), 방콕아시안게임 감독(1998), 이상백배 한일대학교류전 감독(2005), 도하아시안게임 감독(2006), 동아시아경기대회 감독(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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