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에는 후보단일화 조건을 구체화하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힌트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안 후보 판 '정치혁신 스무고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현장에서 듣는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의견' '여론조사' 등을 제시했다.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캠프 안팎에서는 안 후보 측의 단일화 구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안 후보는 3자회동 제안의 후속편 격인 여야 정책합의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나 복지예산, 일자리 나누기, 남북관계 문제를 선거 이후에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여야합의체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향후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약 20일간의 침묵을 깨고 힌트를 제시했던 안 후보는 8일에도 문 후보를 향해 단일화의 실마리를 또 한 번 제공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구대 초청 강연에서 "정 저에게 답을 달라고 하시면 사실 (민주당과 문 후보가)모르시지 않을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오듯 정당의 힘은 공천권에서 나온다"며 "공천권이라는 힘이 워낙 세서 사명감 있고 똑똑한 분도 정치를 하게 되면 국민보다는 공천 권한을 가지신 분들만 바라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 저는 시·군·구 의회는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당 개혁 방안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을 하나라도 먼저 실천하면 국민이 진심을 알아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연이틀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을 향해 힌트를 제공하자 안 후보가 정치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책 공약과 함께 후보단일화를 위한 조건을 하나씩 제시하면서 민주당과 문 후보를 정치권과 정당의 혁신 쪽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단일화를 간절히 원하는 민주당이 안 후보의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정치혁신과 정당 혁신을 달성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나 금태섭 상황실장 등 안 후보 캠프 내 유력인사들도 "단일화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를 재삼 강조하며 단일화를 정치혁신을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민주당과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의중을 알아채지 못하는 한 안 후보의 스무고개 방식 정치혁신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대구대 강연에서 나온 발언 역시 민주당과 문 후보가 좀 더 일찍 자신의 진의를 파악해주기를 바라는 안 후보의 속내를 짐작케 한다.
안 후보는 이날 대구대 학생 600여명 앞에서 "(출마선언 후)약 20일 간 국회와 정당은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을 던진 것인데 다시 제게 질문을 하시면 어떻게 하냐"며 민주당을 타박한 뒤 "제게 물어보지 말고 국민에게 물어보면 한 분당 몇개씩 나올 것이다. 그러면 정당개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