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한국인을 상대로 납치 행각을 벌인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 현지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경찰청 외사수사과에 따르면 김모(43)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도살인 등 혐의로 붙잡힌 뒤 이날 오전 5시45분께(현지시간)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 수사단 건물내 유치장에서 목을매 숨진채 발견됐다.
그는 본인 소지품인 가방의 끈을 이용했으며 이날 새벽 2시까지 자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로 판단할 만한 서류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손목에 주저흔(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이 있었으며 가방에는 A4 반장 크기로 10장짜리 서류가 발견됐다.
이 서류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자식, 공범들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문서를 지난 8월6일 작성한 뒤 들고 다닌 것으로 미뤄 김씨가 신병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이국땅에서 숨어다니면서 힘들고 외로움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검 등의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때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필리핀 현지에서 김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 등 3명은 지난 2007년 7월 경기 안양시 비산동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1억원을 훔쳐 필리핀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또 지난해 9월19일 필리핀 여행 중 실종된 홍모(32)씨의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를 거점으로 인터넷상에서 국내 여행객들을 상대로 여행 편의 등을 제공해주겠다며 현지로 유인한 뒤 납치·감금하고 가족을 협박해 송금받는 수법으로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 중 또다른 김모(40)씨는 지난 5월 다른 범죄 혐의로 필리핀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국내 송환을 위해 필리핀 경찰과 협의 중이며 달아난 공범 최모(46)씨를 추적 중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