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기간제 근무자를 모집하면서 비서·전산능력을 우대한다는 공고를 내고 실제로는 테니스 선수 출신을 우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열리는 중앙부처 대항 '테니스경기'가 그 원인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경제총괄부서가, 조직의 놀이 문화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채용 제도를 악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재정부는 2010년 4월 기간직 근로자를 채용하며 응시자격을 ▲비서업무 경험자로서 행정업무 근무경력자 우대 ▲컴퓨터, 전산정보, 회계분야 자격증소지자 우대로 명기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2년간의 테니스 선수 경력을 가진 A씨만을 최종 합격시켰다. 현재 재정부에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중에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 무려 4명에 달한다.
이들은 현재 낮에는 서무일을 하고 아침에는 직원들 상대로 '테니스 레슨'을, 경기가 있을 때는 '재정부 대표 선수'로 출전한다는 것이 이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공고문에 우대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테니스 선수들이 지원했고, 공교롭게도 그들만 선발됐다는 것은 사실상 내정"이라며 "공채라고 믿고 지원한 응시자들은 들러리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의원은 "재정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서무 일이니 이왕이면 테니스도 잘 치는 직원이 좋다는 입장"이라며 "그렇다면 처음부터 테니스선수 우대를 했어야지 비서나 전산능력을 우대한다고 해서 청년 구직자를 속이고 절망을 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테니스 경기가 시작된 것은 1908년 4월18일로, 당시 탁지부(현재 기획재정부) 관리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회동구락부를 조직한 뒤 미창동에서 테니스 코트를 마련해 경기를 시작한 것이 시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전 중앙부처 대항의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