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감독 지시로 캐나다 선수의 스케이트를 망가뜨렸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고 있는 전재수(43) 감독의 가혹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부정행위 지시를 뒷받침하는 진술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AP통신, USA투데이,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 언론들은 6일(한국시간)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한국계 선수 사이먼 조(20·한국명 조성문)가 담당 법률 대리인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재수 감독의 지시로 캐나다 선수의 스케이트를 망가 뜨렸다.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털어놨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어 "조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놀랐지만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랐다. 지금 매우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사이먼 조는 2011년 폴란드에서 열린 쇼트트랙 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 대표 선수인 올리비에 장(28)의 스케이트 날을 벤딩 머신(스케이트 날을 갈기 위한 장비)을 이용해 구부리는 수법을 썼다.
결국 올리비에 장은 대회 5000m 계주에 출전할 수 없었다. 캐나다는 올리비에 장을 빼고 3명의 선수로 팀을 꾸렸고 그 경기에서 최하위인 4위를 기록했다.
올리비에 장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다. 2009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 500m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사이먼 조의 라이벌로 꼽혀 왔다.
캐나다빙상연맹은 레이스를 마치고 "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 올리비에 장의 스케이트날에 문제가 생겼고, 고칠 시간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쇼트트랙대표팀 선수 13명은 미국중재위원회(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AAA)에 진정서를 제출해 이 같은 내용을 고발했다.
진정서 제출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 당사자 올리비에 장은 지난 21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쪽 스케이트 날이 완전히 망가져 있어 레이스가 불가능했다. 무엇인가 방해가 있었다는 의심은 들었지만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이먼 조는 "전재수 감독이 올리비에 장의 스케이트를 망가뜨리라고 세 번이나 한국말로 집요하게 요구했다. 마지막에서야 진심임을 깨달았다. 반복적이면서 윽박지르는 듯한 말투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사건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스피드스케이팅연맹은 앞서 제기된 전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연맹은 "조사단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제시된 불만사항이나 증거들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학대, 학대의 패턴으로 보기에는 요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앞서 13명의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전 감독으로부터 신체를 포함한 언어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고 미국올림픽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전 감독을 2012~2013 ISU 월드컵시리즈부터 감독 자격을 박탈시켜야 한다며 훈련을 거부한 상태다.
전 감독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여준형 코치 역시 캐나다 선수의 스케이트를 훼손한 의혹에 대해 보고서를 제 때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일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연맹은 미국 올림픽 위원회와 국제 스케이팅연맹과 협의해 향후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