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7일 후보단일화의 조건을 구체화하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힌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더 구체적인 단일화 조건을 요구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현장에서 듣는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의견' '여론조사' 등을 제시했다.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을 놓고 캠프 안팎에서는 안 후보 측의 단일화 구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치권의 개혁이 이뤄지고 국민 여러분이 진정한 개혁이라는 데 동의하고 이해해야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단일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는)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3자회동 제안의 후속편 격인 여야 정책합의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제민주화나 복지예산, 일자리 나누기, 남북관계 문제를 선거 이후에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여야합의체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향후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사회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여야합의체 설립에)합의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에 다시 제안하고 싶은 것은 3자회동이 아닌 실무선에서라도 정책합의를 이루자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발언했다.
또 "(이번 대선 기간은)양당 합의로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점"이라며 두 후보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안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섣불리 후보단일화를 논의하지 말고 정책단일화를 먼저 이루자는 제안으로 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당초 '정당의 혁신'을 요구했던 안 후보가 돌연 '정치의 혁신'을 요구한 것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안 후보의 정책비전 내용을 분석한 뒤 "정치혁신의 과제임은 틀림이 없고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민주당의 혁신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 후보께서 생각하는 정치혁신이 무엇인지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출해주면 좋겠다"며 단일화에 관한 안 후보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요구한 정치혁신 작업이 민주당 내부에서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제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민생공약실천법안 19개, 경제민주화법안 9개, 검찰개혁 관련 7개, 노동-조세정의의 실현을 위한 24개 등 수십건의 당론법안을 발의하고 새누리당에 입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아직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문 후보 측이 즉각 반응하는 양상을 접한 뒤 두 후보간 단일화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이날과 유사한 형태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논의하는 더욱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는 전망도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