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은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며 10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역투를 선보였으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대부분의 순위가 확정된 시즌 막판 하위권 팀들이 맞붙었던 이날 경기에서 관심사는 류현진의 대기록 달성 여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9승9패를 기록 중이었던 류현진은 이날 승리를 추가하면 프로 데뷔 첫 해였던 2006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었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는 이강철(현 KIA 코치)과 정민태(현 넥센 코치)만이 달성했다. 이강철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정민태가 역시 데뷔 첫 해(1992년)부터 1999년까지 8시즌 연속 10승 이상씩을 챙겼다.
프로 7년차인 류현진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한화 구단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날 경기는 류현진의 한국 무대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었기에 관심은 더했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달성하고자 했던 류현진의 꿈은 빈약한 타선 지원과 강정호의 '한 방'과 함께 날아갔다.
초반 분위기는 류현진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한화 타선이 선취점을 뽑아줬다. 한화는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진행이 좌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려 1-0으로 앞섰다.
류현진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쾌투를 이어갔다.
이런 분위기는 6회까지였다.
호투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7회 선두타자 신현철을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에게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2구째 시속 145km짜리 직구를 통타당했다.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간 실투가 장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옥에 티'나 다름없는 홈런을 얻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꿋꿋했다.
9회까지 112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를 펼친 류현진은 넥센 타선에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화 타선이었다. 한화 타선은 헤켄에 막혀 점수를 내지 못하더니 9회 교체된 한현희도 공략하지 못했다. 9회 최진행의 볼넷과 대주자 한윤섭의 도루, 김태균의 볼넷으로 2사 1,2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이대수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정규이닝 내에 승부가 나지 않자 류현진은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의욕을 불살랐다.
10회 강정호에게 2루타를 내준 류현진은 무사 1,3루의 위기에 놓였지만 김민성, 정수성을 3루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잡은 후 문우람을 2루수 앞 땅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 120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를 뿌리며 넥센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점수를 뽑았다면 류현진은 대기록을 이룰 수 있었겠지만 한화 타자들은 힘없이 물러났다. 이학준이 투수 앞 땅볼로 돌아섰고, 대타로 나선 김경언과 연경흠은 모두 삼진을 당했다.
투구수가 129개에 달했던 류현진은 결국 11회부터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도 물거품이 됐다.
비록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류현진이 프로에서 뛴 7년 동안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이날 류현진은 한 시즌 200탈삼진이라는 기록을 하나 더 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진 198개를 기록 중이었던 류현진은 이날 삼진을 무려 12개나 솎아내 시즌 삼진을 210개로 늘렸다.
한 시즌 200탈삼진은 1983년 220탈삼진을 기록한 장명부(당시 삼미)를 시작으로 7명의 선수가 총 10차례 달성했다. 2000년대 들어 200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2001년 에르난데스(전 SK·215개), 2006년 류현진(204개) 뿐이다.
두 차례 이상 한 시즌 200탈삼진을 넘어선 것은 류현진이 선동열(1986년·1988년·1991년), 최동원(1984년·1986년)에 이어 세 번째다.
고교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류현진은 데뷔부터 화려했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 해인 2006년 다승(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몽땅 휩쓸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7년 17승을 거둔 류현진은 2008년 14승, 2009년 13승, 2010년 16승, 지난해 11승을 따내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2010년에는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06년과 2007년, 2009년, 2010년 4차례나 탈삼진 부문 1위에 오르면서 '닥터K'의 면모도 과시했다.
지난해 류현진은 최연소(24세2개월25일)-최소경기(153경기) 1000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류현진은 2010년 한 시즌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2009년부터 시작해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 류현진의 해외 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류현진이 의욕을 드러낸 반면 한화 구단은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