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TV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는 다문화가정 단원들이 세계적 비올리스트인 리처드 용재 오닐(34)이 지휘자로 데뷔하는 '디토 오디세이'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펼치기까지 함께 보낸 3개월에 걸친 기적의 이야기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지휘자 겸 예술감독, 팝페라가수 카이(31)는 단원들의 멘토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가수 바다(32)와 재능기부 멘토들도 참여하는 1년 장기 프로젝트다.
제1부에서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이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0년째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콩고난민 다니엘, 아버지 국적이 파키스탄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한 소리까지 들어야 한 수하·헤라 자매, 상상 속 친구와 놀던 원태에게 새 친구 바린(바이올린)이 생기면서 발견한 깜짝 놀랄 음악적 재능 등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카이에게 "집에 가라"며 밀어내던 아이들이 3개월 동안 나눈 사랑이야기와 '영어만 하는 반쪽사람'이라고 놀림받던 용재 오닐이 3개월 후 흘린 감동적인 눈물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가정형편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려 했던 악장 준마리, 모자 벗기를 거부해 오케스트라에 합류하지 못할 뻔한 선욱 등 성공적인 무대를 위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마법같은 3개월이 공개된다. 1, 2부 방송 후에는 연말콘서트까지를 다룬 제3, 4부를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용재 오닐은 6·25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장애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난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처럼 성장 과정에서 아픔을 겪었다. 카이도 급식비를 아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열정을 키워왔다. 이들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보듬고 토닥거리며 오케스트라를 다졌다.

용재 오닐은 "처음에는 3개월 후에 연주할 정도의 실력이 될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만들어 낸 무대는 기적이었다.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
"음악은 사람들을 가장 확실하게 묶을 수 있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 방법을 가르쳐 주는게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큰 목적이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보호받고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줬으면 했다"고 밝혔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연주를 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놀라울 정도의 열정과 집중력으로 용재 오닐을 놀라게 했다. 음악적 소통은 그와 아이들을 급속히 가까워지게 했다.

"아이들과 가까워진 것은 큰 축복이었지만 힘든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 알게 될 때마다 '아이들 잘못도 아닌데 이런 아픔까지 겪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자신을 제어하며 열심히 노력한 아이들이 서서히 치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근거지인 용재 오닐과 달리 카이는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살펴 준 든든한 형, 오빠이자 멘토 였다. 풍부한 음악적 지식과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은 클래식 음악을 낯설어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다.
카이는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사회와 비슷하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머리의 상처 때문에 모자를 벗기 싫어하던 선욱은 무대에 서서 다른 아이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스스로 모자를 벗었다. 이렇게 음악으로 치유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있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을 해왔다. 음악으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안녕?! 오케스트라'같은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시작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미 대한민국은 너무나 글로벌한 무대가 됐고 시대도 변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종에 대한 편견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안녕?! 오케스트라'가 시청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작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27일, 10월4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