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IA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뽑으라면 단연 서재응이다.
7승7패라는 성적만으로 서재응의 활약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평균자책점 2.82(3위)가 이를 대변해준다.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답게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제구력을 회복한 서재응은 한국 무대 복귀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생의 꿈인 10승은 이번에도 멀어졌다. 지독하게도 운이 없던 탓이다. 7월 말 두 차례 6이닝 2자책점 경기를 펼치고도 모두 패전투수가 됐던 서재응은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전을 7이닝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특히 지난 18일 두산전에서는 2-1로 앞선 9회 2사 후 홍성민이 동점 솔로포를 얻어맞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서재응은 허탈한 웃음으로 심정을 대변했다.
서재응이 생애 첫 10승에 빨간 불이 켜졌다면 류현진은 밥 먹듯 챙겼던 10승이 깨질 위기다. 류현진 역시 평균자책점 2.82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지만 고작 8승(9패)만을 거뒀을 뿐이다.
류현진의 행보가 더욱 아쉬운 것은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올 시즌 10승 이상을 거둘 경우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투수 반열에 오르게 된다. 30년 역사상 이강철(46·현 KIA 코치), 정민철(40·현 한화 코치) 등 2명만이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기록이다.

계산대로라면 류현진은 두 차례 선발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완봉에 가까운 피칭이 아니라면 승리를 챙길 확률은 낮다.
불운이라면 리즈도 빠질 수 없다.
리즈는 최근 5경기 35이닝 동안 4자책점만을 허용하고도 승리 없이 3패만을 거뒀다.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8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했고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도 7이닝 3실점(1자책),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버텼지만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LG 타자들은 리즈가 등판한 최근 4경기에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36이닝 무득점이다. 승리는 꿈도 꾸기 어려운 지원이다.
리즈의 경우 시즌 초반에는 불운보다는 부진에 가까웠다. 마무리 변신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고 '16구 연속 볼'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기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빠른 직구의 위력이 여전한데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력까지 잡히면서 LG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 중이다. 3승5세이브12패의 초라한 성적표로 재계약 이야기가 거론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