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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무원은 만능이어야 하는가.
[기고]공무원은 만능이어야 하는가.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2.09.15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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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희정 송산동

▲ 현희정 송산동
초대형 태풍이 오는데도 바닷가에서 낚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대피시키고 사고 예방을 위해 한 시도 쉬지 않고 현장을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그렇게 하룻밤이 채가기도 전에 새벽이 오고 동사무소 전화는 쉬지 않고 울어댄다. 도로에 나무가 부려져 있으니 치워 달라, 전기가 안 들어온다, 물이 안 나온다, 지붕이 날렸다, 담벼락이 무너졌다 등등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서 있기조차 힘든 강풍에도 직원들은 쉬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 다닌다.

내가 어릴 적 공무원은 절대 사고도 나지 않고 죽지도 않고 영원히 살아 있는 신적 존재로 생각했었다. 지금도 나의 어릴 적 생각을 똑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아니나 다를까, 태풍이 지나간 흔적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 마을안길, 도로유실, 절개지 붕괴위험, 주택(상가)침수, 농작물 피해 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쓰럽게 했다. 태풍이 지나자마자 농가에 태풍피해 신고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기에 불똥이 튄다. 특히 지원여부에 관계된 내용들이다. “하우스 비닐 불린 것은 지원 되지 않습니다.” “풍수재해보험을 가입하셔야 보험회사에서 하우스 비닐 불린 것은 지원되고 있습니다.” 라고 안내 말을 하면, 농가에서는 “지원도 안 되면서 뭐하려 문자 보냈냐?”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면서 전화를 끊어 버린다.

태풍으로 인해 해안가 주변 일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고 바다도 노여움이 다 가지 않았는지 거센 파도에다 짜디짠 바닷바람과 포말을 쉬지 않고 마을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폭우가 내렸거나, 바람이 불었거나 이번처럼 초대형 태풍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직원들은 마을 안길을 우선적으로 쓸어댄다. 골목 안 빗자루 질조차 공무원들이 해야 할 것으로 당연히 여긴다.

그러던 차에 우리 동 피해지역 복구 작업을 위해 특전사(육군 제5779부대 15특전대대) 부대가 투입이 되었다. 자구리, 구두미포구, 제주대학교 연수원에서 보목포구까지 해안가 주변 일대 환경정비, 하우스 피해 농가 지원 등 내 일 처럼 앞장서서 일을 했다. 해안가 주변에서 굴삭기 작업하던 기사 아저씨들도 특전사들의 일하는 모습에 ‘인간 포크레인’이라고 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전사 부대들은 대민지원 협조 요청에 너무나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고 농가에 3일 동안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시켜 하우스 비닐 제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사람의 말이 ‘아’와 ‘어’가 다르다지 않는가. 농가에다 “날씨가 몹시 더우니 물이라도 잘 챙겨 주세요.” 라고 했더니, “물이 어디 있냐고, 우리 먹을 물도 없는데...!”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상대방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태풍은 농가나 어민들만이 아니라 그 지역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한다. 힘들수록 서로를 생각해야 한다. 묵묵히 아픔을 이겨내는 지역 주민들 옆에서 함께 아파하고 복구에 함께 하고자 하는 군 장병이나 타 지역 주민들 그리고 공무원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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